이스라엘의 시리아 영사관 폭격에 이란 드론·미사일 보복
6개월 가자전쟁 최악 시나리오 '5차 중동전쟁' 위기 최고조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양국 첫 직접 대결…이스라엘 선택이 관건
중동, 폭풍속으로…'불구대천' 이란·이스라엘 첫 직접 충돌
'중동의 앙숙' 이란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피폭을 계기로 사상 처음으로 직접 충돌하면서 6개월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으로 격랑에 휩싸였던 중동에 거센 폭풍이 불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이 종결되지 않으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셈이다.

중동 한복판을 횡단한 이란의 공습에 '대리 세력'으로 불리는 무장세력들까지 가세하면서 전세계가 '5차 중동전쟁'을 눈앞에 둔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스라엘은 재반격을 벼르고 있지만 우방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즉시 이에 제동을 걸었다.

◇ '불구대천' 이란-이스라엘 처음으로 직접 충돌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등에 따르면 이란은 전날 밤부터 무인기와 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이번 공격에 170기의 무장 드론을 출격시키고 30여기의 순항 미사일과 120여기의 탄도 미사일을 동원했다.

드론과 순항 미사일 대부분은 이스라엘 영토 진입 전후 이스라엘, 미국 등 동맹국의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탄도 미사일 몇발이 방공망을 뚫고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를 타격했지만 피해는 미미했고 99%가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요격했고, 격퇴했다.

함께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자국의 방위력을 과시했다.

중동, 폭풍속으로…'불구대천' 이란·이스라엘 첫 직접 충돌
이번 공격을 주도한 이란 정예 혁명수비대는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내부의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이스라엘은 큰 피해 없이 방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스라엘 전역에서 공습경보와 방공 미사일 폭음이 들려 주민들은 밤을 지새워야 했다.

'진실의 약속'으로 명명된 이번 공격은 반서방 정권이 들어선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첫 정면충돌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공격의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 등을 타격하거나 요인을 암살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및 시리아의 민병대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통해 이스라엘과 무력 대치해왔다.

중동, 폭풍속으로…'불구대천' 이란·이스라엘 첫 직접 충돌
◇ 중동 가로지른 장거리 공격에 중동 '준전시 상황
이번 공격은 이란에서 발사된 드론과 미사일이 최소 2개국의 영공을 가로질러 약 1천㎞의 장거리를 날아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했다.

이란의 발사에 공격 경로에 있는 이라크와 요르단은 물론 시리아와 레바논 등 인근 국가는 영공을 일시 폐쇄하고 방공망을 가동하는 등 준전시 상황이됐다.

요르단은 자국 영공에 침투한 일부 드론을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친이란 무장 단체들도 공격에 가담하면서 위기가 증폭됐다.

지난 6개월간 가자지구 전쟁에 무력으로 개입해온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란 공격에 맞춰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 수십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쐈고, 홍해 물류를 마비시켰던 예멘 반군 후티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드론을 출격시키기도 했다.

이란의 공세에 맞춰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 남부를 향해 하마스 측의 로켓이 날아들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전면전에 돌입했을 경우 예상되는 5차 중동전쟁의 양상이 이번 공격을 통해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중동, 폭풍속으로…'불구대천' 이란·이스라엘 첫 직접 충돌
◇ 재반격 벼르는 이스라엘에 미국은 '자제' 압박
이번 사태가 실제 5번째 중동 전쟁으로 비화할지는 이스라엘의 결정에 달렸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공격이 시작된 직후 전시 각료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이란의 공습 방어가 일단락되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뚜렷한 원칙을 결정했다"며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라고 재보복 방침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재반격은 이미 위태로운 중동의 상황을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이끌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이번 공격에서 이스라엘의 방어를 도운 미국을 비롯한 우방과 인근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재반격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 CNN 방송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하면서 재반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을 겨냥한 어떤 공세 작전에도 참여하거나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이 정면으로 상대해온 역내 무장세력들과는 차원이 다른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나 파괴력 면에서 중동에서 전투력이 최강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과 맞먹는다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 없이 단독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재반격할 경우 더 큰 규모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또 전세계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강력한 비군사적 옵션도 보유한 터라 그렇지 않아도 2개의 전쟁의 짐을 진 세계 경제가 경우에 따라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