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농산물 가격 안정 정책에 대해 “통화나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이제는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과 등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연일 대책을 쏟아내는 정부를 비판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 정부 대응이 주목된다.

이 총재는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우리(한국)는 농산물과 주택 등 물가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기와 교통 등 유틸리티 부문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중앙은행이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 변화 등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히 농산물 가격, 사과 가격이 오르면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도 주고 물가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금리로 잡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이 총재는 “기후 변화로 작황이 변했는데 재배 면적 늘리고 재정을 쓴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재배 면적을 늘렸는데 기후가 좋아서 농산물 생산이 늘어나면 가격이 폭락해 생산자는 어려워지고 또 재정을 투하해 보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참 불편한 진실인데, 농산물 등 물가 수준이 높은 것은 통화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변화 등이 심할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같은 정책을 계속 수립할 것이냐”며 “이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