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1대 국회서 처리 추진…윤재옥 "양당 원내대표가 상의할 일"
성난 총선 민심에 진퇴양난 국면…당내에서도 특검 찬성 의견 나와
與 총선 참패에 '채상병특검법' 딜레마…부결·거부권 반복 부담
4·10 총선 참패로 정부·여당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한 국민의힘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 등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질 듯한 처지다.

총선을 통해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300명이 결정됐지만, 21대 국회는 아직 한 달 넘게 남아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는 다음 달 29일까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압승의 기세를 몰아 21대 국회 임기 내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벼르고 있다.

4년 전인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마친 20대 국회도 4월과 5월 본회의를 열어 쟁점 법안을 처리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21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 처리 등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윤재옥 원내대표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 추진과 관련,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 상의할 일"이라고 답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5월 국회를 열지 말지는 정하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밀어붙이더라도 채상병 특검법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작년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의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 사건에 대한 초동 수사·경찰 이첩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운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3일 자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언제든 표결 처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반대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모두 "민주당이 특검법을 남발한다"며 특검 도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국민의힘이 계속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말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 특검법)처럼 당론으로 부결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방식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 국정 쇄신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내놓은 데다 총선 민심을 앞세운 야당을 향해 여당이 마냥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각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與 총선 참패에 '채상병특검법' 딜레마…부결·거부권 반복 부담
당장 당내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참패 후폭풍, 지도부 공백 등으로 아직 제대로 원내 전략을 논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5월 국회 소집에 대한 입장조차 미정이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태원 특별법) 재표결 문제도 국민의힘을 딜레마에 빠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태원 특별법 재표결은 총선 이후에 하기로 지난 3월 잠정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은 남은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와 함께 이태원 특별법 재표결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의 기존 입장은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방식 등에 대해 다시 협상해 수정안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민주당의 강한 압박이 거듭되면 이런 방침을 계속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