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거지꼴로 술에 쩔어도…해서웨이는 왜 이리 사랑스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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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오동진의 여배우 열전
얼굴이 너무 잘 생겨서, 혹은 너무 예뻐서 고민인 사람들이 있다. 참으로 ‘재수없는’ 멘트이겠으나 당사자 얘기를 들어 보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남자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정우성 등이 그렇다. 오늘 얘기하려는 앤 해서웨이가 그렇다. 이들은 대체로 완벽한 외모와 미모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불만은 잘 생기고 아름다운 나머지 자신의 내면, 곧 연기력을 올바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데 이런 생각도 일종의 콤플렉스다. 시쳇말로 우리들 모두는 그냥 생긴 대로 살면 된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이들은 한창 때, 자신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리려고 한다. 디카프리오는 그러다 정말 망가진 케이스이다. 과거의 전설적인 배우 말론 브란도도 그랬다. 러셀 크로우도 그렇다. 우리의 최민식도 그렇다. 살이 찌고 늙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앤 해서웨이가 ‘레 미제라블’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점에서 깜짝 놀랐다. 팡틴 역을 맡았던 앤 해서웨이는 극중에서 스스로 머리를 박박 깎는다. 아무리 예쁜 얼굴도 머리를 밀면 흉해진다. 팡틴은, 앤 해서웨이는, 얼굴에 숯검댕이를 묻히고 가장 비루하고 남루한 여자가 된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놀랐던 것 또 한 가지는 그런 그녀가 노래를 너무, 그것도 너무 너무, 잘한다는 것이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앤 해서웨이가 이렇게 노래를 잘했단 말야? 영화 ‘레 미제라블’은 2012년 한국에서 개봉돼 뮤지컬 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594만5614명을 모았다. 6백만명이면 고척 스카이 돔 구장(1만7천명 수용) 약 350개가 있어야 한다. ‘레 미제라블’의 톰 후퍼 감독은 한국의 배급사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그 사장은 딱히 할 말, 답변을 찾지 못했다.
한국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다가 극장 문을 나섰는데 팡틴이 자신을 배신하고 팔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게 여리고 불안하고 가난한 마음 탓이라고 생각한 장발장(휴 잭맨)이 그녀의 어린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를 기꺼이 거두며 팡틴의 임종을 돌보는 눈물 겨운 장면 때문이…..라고 얘기하면 순전히 거짓말이고(그래도 배급사 사장은 아마도 그런 식으로 답장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관객들은 마지막 바리케이드 씬에 울컥들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에서는 선거가 있던 때였다. 뭐니뭐니 해도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로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변곡점을 찍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오래 동안 영화로 밥을 먹어 온 사람들은 앤 해서웨이의 영화 중에 ‘레이첼 결혼하다’란 작품을 수작으로 꼽는다. 2009년 영화였고 조너던 드미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다. 맞다. ‘양들의 침묵’과 ‘필라델피아’의 그 감독이며 ‘맨추리안 캔디데이트’의 실패 이후 자신의 작품 혼을 마지막으로 불태우겠다는 듯 저예산예술영화를 만들었으니 그게 바로 이 영화다. 여기서 앤 해서웨이는 집을 가출했다가 언니 레이첼(로즈마리 드윗)의 결혼식에 맞춰 잠깐 돌아 왔지만 워낙 약물과 알코올에 ‘쩔어’ 있는 상태라 온 가족과 싸우면서 지내는 둘째 딸로 나온다. 여기서 앤 해서웨이의 극중 이름은 킴이다. 가족 중에는 꼭 킴과 같은 아이가 있는 법이다. 자만심과 컴플렉스가 뒤엉켜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고 가족간에 불화를 일으키는 인물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꼴 뵈기’가 싫은데 한편으로는 이상하게도 그녀가 갖는 내면의 고독이 느껴져 울컥해진다. 킴을 이해하는 유일한 가족은 언니 레이첼이다. 그래서 킴이 스스로 돌아 온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자신을 알아주는 언니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까. 영화에서 그 이중적 심리를 보여주는 앤 해서웨이의 중독자 연기가 일품이다. 서른이 안됐을 때였고 배우 초창기 때였다. 앤 해서웨이의 재능은 이때부터 이미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마니아 층에서는 이상하게도 ‘러브&드럭스’를 더 꼽는 사람들이 많다. 에드워드 즈윅이 2011년에 만든 영화다. 맞다. ‘가을의 전설’의 그 감독이다 앤 해서웨이는 여기서 상대역 배우인 제이크 질렌할과 뜨거운 러브 신을 선보인다. 주인공 매기는 제이크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집에 찾아 가서 남자가 문을 여는 것을 기다려 버버리를 활짝 벗어 제치고 자신의 알몸을 선물로 보여주곤 한다. 어느 날 메기는 문이 열림과 동시에 옷을 확 벗는데 문을 연 사람이 제이크의 친구 조시(조시 게드)여서 깜짝 놀라는 장면이 있다. 많이 웃긴 장면이지만 사람들은 그때 앤 해서웨이가 몸까지 예쁘고 엄청나게 섹시하며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러브&드럭스’는 여주인공 매기가 알고 보니 파킨슨 병 환자였고 그걸 알고 있었던 여자는 남자를 불꽃처럼 사랑하려 했었으며 실제로 그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사실은 눈물겨운 스토리였던 작품이다. 앤 해서웨이는 매춘부, 약쟁이, 시한부 환자 역 등등 주로 망가지는 역할에 일가견을 보인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가 처한 역할에 동조하게 만든다. 앤 해서웨이의 연기가 공감각을 일으킨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동일화를 가져 오게 한다는 것이다. 영화 연기는 이 동일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그걸 잘하는 배우가 바로 이 앤 해서웨이이다. 앤 해서웨이는 안 그런 척 비운의 여주인공 역을 그럴 듯하게 소화해 낸다. 얼굴은 ‘비싸’ 보이지만 사실은 불행을 안고 살거나 비극적 결말을 맞는 여자 역이다. 한때 배두나의 남자였던 영국 배우 짐 스터게스와의 영화 ‘원 데이’도 사실은 슬픈 멜로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론 쉐르픽이라는 굴지의 여성 영화감독(‘언에듀케이션’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 ‘타인의 친절’ 등은 정말 뛰어난 작품들이다.)이 만든 지독한 멜로 드라마이다.
가난한 작가 지망생 엠마는 부자 집 아들 덱스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마어마 하게 돈이 많은 덱스터의 엄마(패트리샤 클락슨)도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한다. 둘은 정말 예쁜 사랑을 한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둘은 비극적인 사건을 겪는다. 사람은 누구나, 가장 예쁠 때가 있고, 가장 예쁘게 사랑할 때가 있으며, 그것은 늘 그렇듯이 유한하고 영속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그 언제였던가(ONE DAY) 식으로 기억하며 찬란했던 한때를 찬란하게 그려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 ‘원 데이’의 모토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것이며, 사람은 누구나 사랑스럽고, 사람은 누구나 죽을 수 있거나 혹은 죽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다.
영화 ‘원 데이’에서 앤 해서웨이는 최고의 사랑스러움을 보여 준다. 그녀 나이 한창 때였다. 2012년 작품이었고 1982년 생인 앤 해서웨이가 서른 살 때였다. 사람들은 찬란한 시절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한창 때는 잘 즐기고 사랑하고 부비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골목에서 두 남녀가 보여주는 키스 신은 정말 일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에서 해서웨이는 우주로 나가는 천체 물리학자이자 행동과학자인 아멜리아로 나온다. 그녀는 모니터를 마주보며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구의 누군가를 향해 대화를 걸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앤 해서웨이는 눈이 크고 깊다. 그 큰, 우물 같은 눈에 금방 눈물이 차오르며 그렁그렁, 뚝뚝 흘린다. 어쩜 배우는 이렇게 잘 울까 감탄할 만큼 우는 연기를 잘한다. ‘인터스텔라’는 희대의 히트를 쳤으며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로 메이저 블록버스터 영화의 히로인으로서 몸값이 천정부지인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놀란 감독과는 2012년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만났다. 거기서 그녀는 딱 달라붙는 라텍스 패션의 옷을 입고 오토바이에 둔부를 바짝 붙이며 배트맨에게 다가 온다. 이 캣 우먼은 가면 안대를 벗지도 않은 채 배트맨에게 키스를 하며 말한다. “(이 따위 세상은 놔두고) 나하고 멀리 도망가요.” 배트맨은 그런 그녀의 입술을 슬쩍 받아 주되 몸은 살짝 밀어 내며 제안을 거부한다. 관객들은 마음 속으로 말했다. 저 남자 미쳤군. 저런 미녀를 마다 하다니. 이 세상이, 너 같은 박쥐 인간, 곧 영혼이 어두운 인간에게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해서웨이는 최근 ‘마더스’라는 영화에 나온다. 1960년대 재클린 패션(재클린 케네디가 즐겨 입던 옷 스타일)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여배우는 이 영화 앞에도 뒤에도 없다는 걸 보여 준다. 여자가 아이를 잃으면, 그래서 세상이 바뀌면, 이상성격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다크 스릴러 영화이다. 원래 제목은 ‘엄마들의 본능(Mothers’ Imstinct)이다. 때로 영화는 어떤 여배우가 나오느냐에 따라 보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대다수가 그렇다. 아니다. 전부 그렇다. 영화에서 여배우 캐스팅이 중요한 이유이다. 해서웨이가 나오면 꼭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맞다. 그래야 한다.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는 건 한마디로 자신만의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
한국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다가 극장 문을 나섰는데 팡틴이 자신을 배신하고 팔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게 여리고 불안하고 가난한 마음 탓이라고 생각한 장발장(휴 잭맨)이 그녀의 어린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를 기꺼이 거두며 팡틴의 임종을 돌보는 눈물 겨운 장면 때문이…..라고 얘기하면 순전히 거짓말이고(그래도 배급사 사장은 아마도 그런 식으로 답장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관객들은 마지막 바리케이드 씬에 울컥들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에서는 선거가 있던 때였다. 뭐니뭐니 해도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로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변곡점을 찍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오래 동안 영화로 밥을 먹어 온 사람들은 앤 해서웨이의 영화 중에 ‘레이첼 결혼하다’란 작품을 수작으로 꼽는다. 2009년 영화였고 조너던 드미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다. 맞다. ‘양들의 침묵’과 ‘필라델피아’의 그 감독이며 ‘맨추리안 캔디데이트’의 실패 이후 자신의 작품 혼을 마지막으로 불태우겠다는 듯 저예산예술영화를 만들었으니 그게 바로 이 영화다. 여기서 앤 해서웨이는 집을 가출했다가 언니 레이첼(로즈마리 드윗)의 결혼식에 맞춰 잠깐 돌아 왔지만 워낙 약물과 알코올에 ‘쩔어’ 있는 상태라 온 가족과 싸우면서 지내는 둘째 딸로 나온다. 여기서 앤 해서웨이의 극중 이름은 킴이다. 가족 중에는 꼭 킴과 같은 아이가 있는 법이다. 자만심과 컴플렉스가 뒤엉켜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고 가족간에 불화를 일으키는 인물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꼴 뵈기’가 싫은데 한편으로는 이상하게도 그녀가 갖는 내면의 고독이 느껴져 울컥해진다. 킴을 이해하는 유일한 가족은 언니 레이첼이다. 그래서 킴이 스스로 돌아 온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자신을 알아주는 언니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까. 영화에서 그 이중적 심리를 보여주는 앤 해서웨이의 중독자 연기가 일품이다. 서른이 안됐을 때였고 배우 초창기 때였다. 앤 해서웨이의 재능은 이때부터 이미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마니아 층에서는 이상하게도 ‘러브&드럭스’를 더 꼽는 사람들이 많다. 에드워드 즈윅이 2011년에 만든 영화다. 맞다. ‘가을의 전설’의 그 감독이다 앤 해서웨이는 여기서 상대역 배우인 제이크 질렌할과 뜨거운 러브 신을 선보인다. 주인공 매기는 제이크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집에 찾아 가서 남자가 문을 여는 것을 기다려 버버리를 활짝 벗어 제치고 자신의 알몸을 선물로 보여주곤 한다. 어느 날 메기는 문이 열림과 동시에 옷을 확 벗는데 문을 연 사람이 제이크의 친구 조시(조시 게드)여서 깜짝 놀라는 장면이 있다. 많이 웃긴 장면이지만 사람들은 그때 앤 해서웨이가 몸까지 예쁘고 엄청나게 섹시하며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러브&드럭스’는 여주인공 매기가 알고 보니 파킨슨 병 환자였고 그걸 알고 있었던 여자는 남자를 불꽃처럼 사랑하려 했었으며 실제로 그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사실은 눈물겨운 스토리였던 작품이다. 앤 해서웨이는 매춘부, 약쟁이, 시한부 환자 역 등등 주로 망가지는 역할에 일가견을 보인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가 처한 역할에 동조하게 만든다. 앤 해서웨이의 연기가 공감각을 일으킨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동일화를 가져 오게 한다는 것이다. 영화 연기는 이 동일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그걸 잘하는 배우가 바로 이 앤 해서웨이이다. 앤 해서웨이는 안 그런 척 비운의 여주인공 역을 그럴 듯하게 소화해 낸다. 얼굴은 ‘비싸’ 보이지만 사실은 불행을 안고 살거나 비극적 결말을 맞는 여자 역이다. 한때 배두나의 남자였던 영국 배우 짐 스터게스와의 영화 ‘원 데이’도 사실은 슬픈 멜로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론 쉐르픽이라는 굴지의 여성 영화감독(‘언에듀케이션’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 ‘타인의 친절’ 등은 정말 뛰어난 작품들이다.)이 만든 지독한 멜로 드라마이다.
가난한 작가 지망생 엠마는 부자 집 아들 덱스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마어마 하게 돈이 많은 덱스터의 엄마(패트리샤 클락슨)도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한다. 둘은 정말 예쁜 사랑을 한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둘은 비극적인 사건을 겪는다. 사람은 누구나, 가장 예쁠 때가 있고, 가장 예쁘게 사랑할 때가 있으며, 그것은 늘 그렇듯이 유한하고 영속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그 언제였던가(ONE DAY) 식으로 기억하며 찬란했던 한때를 찬란하게 그려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 ‘원 데이’의 모토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것이며, 사람은 누구나 사랑스럽고, 사람은 누구나 죽을 수 있거나 혹은 죽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다.
영화 ‘원 데이’에서 앤 해서웨이는 최고의 사랑스러움을 보여 준다. 그녀 나이 한창 때였다. 2012년 작품이었고 1982년 생인 앤 해서웨이가 서른 살 때였다. 사람들은 찬란한 시절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한창 때는 잘 즐기고 사랑하고 부비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골목에서 두 남녀가 보여주는 키스 신은 정말 일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에서 해서웨이는 우주로 나가는 천체 물리학자이자 행동과학자인 아멜리아로 나온다. 그녀는 모니터를 마주보며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구의 누군가를 향해 대화를 걸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앤 해서웨이는 눈이 크고 깊다. 그 큰, 우물 같은 눈에 금방 눈물이 차오르며 그렁그렁, 뚝뚝 흘린다. 어쩜 배우는 이렇게 잘 울까 감탄할 만큼 우는 연기를 잘한다. ‘인터스텔라’는 희대의 히트를 쳤으며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로 메이저 블록버스터 영화의 히로인으로서 몸값이 천정부지인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놀란 감독과는 2012년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만났다. 거기서 그녀는 딱 달라붙는 라텍스 패션의 옷을 입고 오토바이에 둔부를 바짝 붙이며 배트맨에게 다가 온다. 이 캣 우먼은 가면 안대를 벗지도 않은 채 배트맨에게 키스를 하며 말한다. “(이 따위 세상은 놔두고) 나하고 멀리 도망가요.” 배트맨은 그런 그녀의 입술을 슬쩍 받아 주되 몸은 살짝 밀어 내며 제안을 거부한다. 관객들은 마음 속으로 말했다. 저 남자 미쳤군. 저런 미녀를 마다 하다니. 이 세상이, 너 같은 박쥐 인간, 곧 영혼이 어두운 인간에게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해서웨이는 최근 ‘마더스’라는 영화에 나온다. 1960년대 재클린 패션(재클린 케네디가 즐겨 입던 옷 스타일)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여배우는 이 영화 앞에도 뒤에도 없다는 걸 보여 준다. 여자가 아이를 잃으면, 그래서 세상이 바뀌면, 이상성격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다크 스릴러 영화이다. 원래 제목은 ‘엄마들의 본능(Mothers’ Imstinct)이다. 때로 영화는 어떤 여배우가 나오느냐에 따라 보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대다수가 그렇다. 아니다. 전부 그렇다. 영화에서 여배우 캐스팅이 중요한 이유이다. 해서웨이가 나오면 꼭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맞다. 그래야 한다.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는 건 한마디로 자신만의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