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인 가구인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주 패션 어플리케이션(앱)에서 봄나들이용 원피스를 장만했다. A씨는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져 본가에 놔둔 봄·여름 옷을 미처 가져오지 못했는데 벚꽃놀이 계획이 잡혔다. 익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급하게 옷을 샀다"고 말했다.

지난달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에이블리의 사용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지난해 같은달보다 두 자릿수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소비 위축 속에서도 줄줄이 최대 매출 기록을 쓴 패션앱 선두주자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한국인 가장 많이 쓴 패션앱 에이블리·무신사

자료=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자료= 와이즈앱·리테일·굿즈
12일 앱 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패션 전문몰 앱은 에이블리로 805만명이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2위 무신사의 경우 같은 기간 사용자 수가 676만명으로 49%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8곳 가운데 지그재그(3위·327만명)를 제외하면 전부 사용자 수가 늘었다. 무신사의 계열사 29CM는 사용자 수가 52%, 크림도 53% 뛰었고 W컨셉도 40% 가까이 증가했다.
자료=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자료=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세대별로 선호한 패션 쇼핑몰은 조금씩 달랐다. 패션 전문몰 앱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20대는 무신사를 가장 많이 이용했고 20대 미만과 30~40대 소비자는 에이블리를 가장 많이 썼다.

지난해도 패션앱은 '고성장 지속'…영역 확대

 3월 29일 문을 연 무신사 스탠다드 롯데몰 수원점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무신사
3월 29일 문을 연 무신사 스탠다드 롯데몰 수원점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무신사
이들 패션앱은 지난해 줄줄이 신기록을 경신했다. 무신사는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고 에이블리는 최대 매출과 함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보다 40.2% 늘어난 9931억원을 기록해 조단위 매출을 목전에 뒀다. 에이블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45% 늘어난 259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33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 에이블리는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지그재그와 포스티 등을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 매출도 62% 뛴 165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사진=에이블리
사진=에이블리
작년 오프라인 패션 매출 성장이 정체된 것과 대비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백화점 3사에서 잡화(3.6%)와 여성정장(1.6%), 여성캐주얼(7.8%)의 매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고, 남성의류(-2.2%)의 경우 역성장했다. 명품 등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마저 전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는 고물가 여파에 가격 비교가 쉽고 배송 경쟁력을 갖춘 패션앱의 고성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했다. 각사는 화장품과 식품, 명품 등으로 상품군을 확장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마케팅 비용 효율화 등의 노력이 양호한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길 카카오스타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비용 효율화를 통해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건강한 재무 구조를 정립해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작년 수준을 뛰어넘는 거래액, 매출 증가율과 의미 있는 흑자 규모를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최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공습을 예의주시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분위기다. 무신사 창업자 조만호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직 사퇴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게 대표적이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성장률 둔화에도 중국 직구 플랫폼 거래액(GMV)은 빠르게 증가해 (국내) 이커머스 판세에 변화를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