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주환원 강화의 일환으로 잇따라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하면서 자회사로부터 두둑한 배당금을 챙기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삼성전자 포스코홀딩스 LG 하이브 유한양행 등은 알짜 자회사들 덕에 이달 ‘역대급’ 배당을 받게 됐다. 12월 결산법인 자회사들이 기말배당금을 지급하는 시점이 이달에 몰려 있어서다. 자회사발 현금 확대에 힘입어 이들 종목도 밸류업 수혜주로 부각하고 있다.

○지주사들 넉넉한 ‘배당수입’

역대급 '벚꽃 배당'…메리츠금융·하이브, 자회사 덕에 두둑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3년 결산배당으로 5898억원을 결정했다. 이 회사의 2023년 결산배당은 2022년(3250억원)에 비해 81.4% 늘었다.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전액 배당받을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인 호주 로이힐을 통해서도 올해 넉넉한 배당을 받을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010년 로이힐 운영사인 로이힐홀딩스 지분 12.5%를 취득해 3대주주가 됐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로이힐로부터 2940억원의 배당을 받았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배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지주도 이달 자회사로부터 역대급 배당을 받을 전망이다. 이 회사의 100% 자회사인 메리츠증권은 2023년 결산배당으로 2949억원을 결정했다. 2022년(751억원)에 비해 292.7% 늘어난 금액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28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도 2023년 결산배당으로 6346억원을 주기로 결정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년 계열사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동시에 3년 동안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의 ‘중기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매입한 6400억원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어 배당금으로 4483억원을 지급했다. 이 같은 주주친화책을 위한 재원을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 배당금으로 충당했다는 평가다.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자회사 LG CNS도 2023년 결산배당으로 1325억원을 결정했다. 전년(1038억원)에 비해 27.7% 늘어난 규모다. LG는 이 회사 지분 49.5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6.6조원 첫 배당

삼성전자와 삼성SDI도 조만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배당을 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6조6504억원의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지분 84.8%)와 삼성SDI(15.2%)가 삼성디스플레이 주주다. 지분율에 따라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각각 배당으로 5조6395억원, 1조109억원을 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배당을 한 것은 2012년 출범한 뒤 처음이다.

하이브의 100% 자회사인 빅히트뮤직은 2023년 결산배당으로 1400억원을 결정했다. 전년(1200억원)에 비해 16.6%(2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빅히트뮤직에는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소속돼 있다. 하이브의 다른 자회사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어도어 등은 2023년 결산배당을 하지 않았다.

유한양행 자회사인 유한킴벌리도 2023년 결산배당으로 850억원을 결정했다. 전년(690억원)에 비해 23.2%(160억원) 증가한 규모다.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과 미국 제지업체인 킴벌리클라크가 각각 70 대 30으로 합작한 회사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850억원을 지급하는 등 유한양행의 현금창출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