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지난해 7월 초미세수술 로봇 ‘심마니’ 앞에서 수술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지난해 7월 초미세수술 로봇 ‘심마니’ 앞에서 수술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초미세 수술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을 듣는 미국 메디컬마이크로인스트루먼츠(MMI)의 수술로봇기기 심마니가 현지에서 시판허가를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이 치료기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국내 연구진도 개발에 참여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MMI는 8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마니 시판을 위한 드 노보 허가를 받았다. 드 노보는 FDA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혁신 의료기기를 승인할 때 활용하는 절차다.

심마니는 의사가 가는 혈관 등을 연결하는 미세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수술로봇이다. 미세 재건수술을 위한 로봇수술기기가 시판 허가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2017년 개발한 심마니를 활용하면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직경 0.1㎜ 혈관 등을 잇는 수술을 할 수 있다. 림프부종, 당뇨병성 족부병변(당뇨발), 유방암 수술 후 재건 수술 등이다.

온몸에 퍼진 림프관, 가는 혈관 등을 잇는 수술을 하려면 의사가 정교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혈관을 현미경으로 보면서 꿰매려면 손 떨림과 실수가 없어야 한다. 국내에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1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로봇수술 기기는 대다수 의사가 할 수 있던 수술에 정교함과 편의성 등을 더해준다. 심마니는 상당수 의사가 하지 못하던 수술을 누구나 하도록 도울 것이란 평가다. 심마니를 활용하면 손 떨림을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다. 로봇팔이 사람 손목처럼 7개 방향으로 움직여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 미세수술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크 톨랜드 MMI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은 심각한 의사 부족 문제에 직면했다"며 "미세수술 분야의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심마니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심마니의 도움을 받아 난도가 높은 미세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늘면서 궁극적으로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미다.

심마니는 이미 국내에도 들어왔다. 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초기부터 이 기기 개발에 참여해왔다. 시제품을 제공받아 의사 교육 지침(프로토콜)을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기기는 2019년 유럽연합(EU)에선 CE 승인을 받은 뒤 해당 지역에서 1000건 가까이 수술이 진행됐다. 세계적으로 수천건의 동물시험이 진행됐다.

MMI 측은 심마니를 활용하게 되면서 연간 300만건 정도인 미세수술이 2028년께 2200만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비상장사인 MMI는 올해 초까지 1억1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