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美, 비판 약해" 성토→백악관 "에콰도르 규탄"
멕시코-에콰도르 갈등 점입가경…멕시코 "외교관에 총구 겨눠"
횡령 혐의를 받는 호르헤 글라스 전 부통령 체포를 위해 멕시코 대사관에 강제 진입한 에콰도르 군 장병과 경찰이 멕시코 외교관에게 총구를 겨누며 위협한 것으로 드러나 양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에콰도르 키토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서 벌어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이라며 에콰도르 군·경의 급습 모습을 담은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 5일 밤 일부 무장한 장병과 경찰관이 멕시코 대사관 건물 울타리를 넘어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부수는 장면이 담겼다.

또 건물 내부에서 한 사람이 로베르토 칸세코 멕시코 외교관에게 총부리를 향한 채 접근하는 모습도 찍혔다.

칸세코가 에콰도르 경찰로 보이는 누군가와 몸싸움하다 목을 제압당한 채 여러 차례 바닥에 던져지는 상황도 녹화됐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비열하고 권위주의적인 공격"이라며 "이 영상은 보안 카메라로 녹화한 것 중 일부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콰도르 갈등 점입가경…멕시코 "외교관에 총구 겨눠"
그는 또 이번 사태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미국에 대해 "(에콰도르를)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앞서 '외교공관 불가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던 미국 정부는 멕시코 대통령의 불만을 의식한 듯 이날 수위를 한층 높여 에콰도르를 비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외국 대사관 직원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에콰도르의) 빈 조약 위반을 규탄한다"며 "(공개된) 멕시코 대사관 보안 카메라 영상을 검토한 결과, 에콰도르의 조처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콰도르 정부는 외교 공관의 불가침성을 존중해야 할 주재국으로서, 국제 규약에 따른 의무를 무시하고 기본적인 외교 규범의 토대를 위태롭게 했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에콰도르 정부 대표단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상임이사회 임시회에서 이번 상황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는 한편 피의자에 대한 망명 신청 거부를 골자로 한 정치적 망명에 관한 규범과 협약 개정을 요청했다고 현지 일간지인 엘우니베르소는 보도했다.

한편 구금된 후 음독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글라스 전 부통령은 병원에서 퇴원해 교도소로 다시 옮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