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빈 강의실서 '홀로 수업'…"의대 교육체계 무너지는 중"
전북대 의대 일단 개강은 했지만…텅 빈 강의실서 비대면 수업(종합)
"교수님, 혹시 오늘 학생들 나왔나요?", "보이는 대로입니다.

"
전북대 의대가 애초 개강일(2월 26일) 이후 여러 차례 개강을 미루다가 40여일만인 8일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강의실은 학생들이 출석하지 않아 휑했다.

환하게 불이 켜진 강의실 밖으로 나온 교수는 취재진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한 뒤 빠르게 복도를 지나갔다.

교수가 수업을 끝마치고 나온 강의실은 족히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규모였으나, 수업을 돕는 조교만 홀로 앉아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의대 1호관과 4호관에서는 의예과 2학년과 의학과 1·2학년의 수업이 진행됐다.

또 의대 1호관 2강의실에선 '분자세포생물학'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강의실에서는 교수의 목소리만 복도로 새어 나왔다.

바로 옆 1강의실에서도 의학과 1학년 '인체 미세구조와 기능' 수업이 진행됐지만 상황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는 대면 수업이 부담스러울 학생들을 위해 교수의 강의를 즉석에서 촬영해 비대면으로도 수업하도록 했는데, 이를 위해 강의실에 학생이 없더라도 교수는 '홀로 수업'을 진행하는 듯했다.

오전 9시 30분께부터 3시간여 동안 빈 책상들만 마주한 채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한 교수 역시 취재진의 질문을 피했다.

'학생들 없이 수업했는데 힘들지 않았냐', '비대면으로 수강한 학생들이 많았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비대면 수강 학생을) 확인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할 말은 많지만 노코멘트 하겠다"며 손에 든 커피로 목만 축였다.

전북대 의대 일단 개강은 했지만…텅 빈 강의실서 비대면 수업(종합)
전북대 의대생 669명 중 대다수인 646명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휴학계를 내고 집단 휴학에 돌입한 상태다.

학교는 휴학하지 않은 20여명의 학습권 보장과 고등교육법상 1년에 30주 이상 수업일수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학사일정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날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의대 증원을 반대하며 집단 휴학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도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학생들은 휴학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라며 "만일 결석이 장기화해 유급이 될 경우 다음 학기에 등록금을 또 내야 하므로 학교가 휴학 승인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강했는데도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은 것은 의대 교육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의대생 졸업을 시작으로 인턴, 전공의, 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 수련·양성 체계를 고려하면 의대생의 휴학은 앞으로 4∼5년간 의료 공백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몇 과목의 수업을 진행할 예정인지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이 안 돼)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며 "우선 예정대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