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팬으로 과수원 기온 저하 막고 안개분무로 사과꽃 피해 방지
햇빛 잘 받고 기계작업 수월한 '다축형 나무'도 식재…"생산량 서너배"
[르포] "올해는 사과꽃 지켜야죠"…냉해 예방에 농가 '분주'
"여기 꽃눈 보이죠, 현재로선 꽃눈 형성이 잘 됐어요.

"
지난 4일 충남 예산군의 한 사과 농장. 약 50년간 농사를 지었다는 박철신 대표는 조심스레 나무를 만지며 웃어 보였다.

가지 끝에는 삐죽삐죽한 모양의 꽃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지마다 보이는 꽃눈 때문인지 농장은 온통 연둣빛이었다.

이달 20일께가 되면 하얀 사과꽃이 만개해 농장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이후 꽃이 핀 자리에 사과가 열리고 가을에는 땀의 결실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결실을 얻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우선 꽃이 핀 뒤 예기치 못하게 냉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이 경우 그해 수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이듬해까지 꽃눈 형성이 잘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지난해 3∼4월 이상 저온으로 수많은 사과 농가가 피해를 봤다.

박 대표는 "우리도 피해를 크게 본 적이 있어서 2015년 방상팬 8대를 설치했고 설치 뒤에는 농사를 잘 짓고 있다"며 "어제도 서리가 내렸는데 괜찮았다"고 말했다.

방상팬은 상층의 더운 공기를 아래로 불어내려 과수원 기온 저하를 막는 시설이다.

이 농장에서는 온도가 3℃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방상팬이 작동한다.

박 대표는 과수원 위쪽에 설치된 노란색 팬이 도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함께 농장을 찾은 권오영 예산능금농협조합장은 "지난해에는 일조량이 적어 병해까지 번지며 피해가 컸다"며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마련해 오는 2030년까지 재해 예방시설 보급률을 3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작년까지 설치된 재해 예방시설 중 냉해 예방 시설 보급률은 1%대에 그친다.

[르포] "올해는 사과꽃 지켜야죠"…냉해 예방에 농가 '분주'
박 대표 농장에서 2㎞ 정도 떨어진 다른 사과 농장에서도 개화기 생육 관리가 한창이었다.

이 농장의 임춘근 대표는 "꽃눈은 아직 좋지만, 온도가 갑자기 내려가면 안 되니 미세살수기를 틀어뒀다"고 설명했다.

물을 안개처럼 뿜어내 '안개분무'라고도 불리는 미세살수는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나오는 열을 이용해 꽃눈이나 꽃이 얼지 않게 한다.

임 대표는 "미세살수는 냉해뿐 아니라 폭염 예방에도 쓸 수 있다"며 "30℃ 이상이면 나무가 생육을 멈추는데 미세살수기를 틀어두면 4℃ 정도 내려 생육도 되고 일소 피해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르포] "올해는 사과꽃 지켜야죠"…냉해 예방에 농가 '분주'
농장에서는 농식품부가 조성하려는 '스마트 과수원'에 들어갈 '다축형 나무'도 볼 수 있었다.

보통의 사과나무는 큰 기둥을 둘러싸며 잔가지가 뻗은 형태(방추형)지만, 다축형 나무는 포크나 부채의 대나무살처럼 여러 가지가 뻗은 형태다.

이 농장 내 다축형 나무의 축은 많게는 6∼8개까지 됐다.

임 대표는 다축형 나무의 장점에 대해 "(단순한 구조라) 농약을 더 경제적으로 쓸 수 있고 햇빛을 잘 받아 과일 착색에 도움이 되며, 기계 작업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또 "바람이 세게 불면 가지가 많은 나무는 서로 부딪혀 사과에 흠이 많이 생기는데, 다축형 나무는 파과율(흠집이 난 과실의 비율)이 훨씬 낮다"고 덧붙였다.

[르포] "올해는 사과꽃 지켜야죠"…냉해 예방에 농가 '분주'
그는 다축형 나무를 4년 전 도입했다면서 "수확량이 서너배로 늘어 농민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봤다"며 계기를 밝혔다.

이어 "경북이 우리보다 1∼2년 빨리 도입해서 이 지역을 다니면서 공부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웠다"며 "지난해에는 예산군 농민 20여명과 연구회를 만들었고, 두 달에 한 번씩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사과 다축형 재배의 창시자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도리고니 박사가 지난해 이 농장을 찾았고, 빠른 도입과 다양한 시도에 감탄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사과의 고장' 예산군에는 거점 산지유통센터(APC)가 있어 농가에서 생산한 사과를 저장하고 세척·가공한다.

현재 예산 거점APC의 사과 재고는 1천200t(톤)으로, 생산량 감소 여파에 작년 동기와 비교해 15% 적은 수준이다.

이에 거점APC에서는 앞으로 사과 500t을 추가로 수매한다는 방침이다.

[르포] "올해는 사과꽃 지켜야죠"…냉해 예방에 농가 '분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