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주택 중 5분의3 이상이 아파트…단독주택은 95→21%로 급락
"50년 동안 주택 유형이 완전히 바뀐 건 세계사에서도 유례 찾기 어려워"
한국 사회 재편한 단지 아파트의 시초…박철수 교수 유작 '마포주공아파트'
50년 만에 0.8→63%로 급증…K모던의 상징 '아파트'
5·16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1961년 무렵,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다급함에 시달렸다.

군부는 새나라자동차공장, 워커힐 호텔 등의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모두 일반 시민들의 삶 바깥에 있는 것들이었다.

생활에 밀착한, 그래서 시민들이 마음껏 떠들어댈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군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복안은 '아파트 단지'였다.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육사 8기 동기인 장동운 대한주택영단(현 대한주택공사) 이사장이 단지 아파트 건설에 총대를 멨다.

1961년 10월에 착공해 1962년 12월에 마포주공아파트 1차 준공식이 열렸을 때만 해도 군부는 자신들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몰랐다.

박정희 대통령도, 장동운 이사장도 그 외에 그 어떤 군부 세력도, 한국 사회가 앞으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재편되리라고 상상한 이는 당시에 아무도 없었다.

50년 만에 0.8→63%로 급증…K모던의 상징 '아파트'
이런 내용이 담긴 신간 '마포주공아파트'는 고(故)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남긴 유작이다.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 '한국주택 유전자' 2권에 나온 '마포 아파트'편 내용을 뼈대로 살을 붙였다.

저자는 마포아파트 중에서도 근대 단지 아파트의 효시가 된 마포주공아파트를 보다 넓고 깊게 살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주택 유전자'의 '스핀오프'(파생)인 셈이다.

와병 중이던 저자는 초고를 마무리한 후 후반작업을 편집자인 박정현 씨에게 맡겼다.

박 편집자는 문맥에 맞게 일부 내용을 다듬고, 교정과 교열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 중에 저자는 세상을 떠났고, 책은 저자 사망 1년 2개월 만에 세상에 나왔다.

50년 만에 0.8→63%로 급증…K모던의 상징 '아파트'
책에 따르면 군부가 공을 들여 완공한 '마포주공아파트'는 국내 단지 아파트의 시작을 알린 건축물이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일대에 들어선 이 아파트는 지상 6층, 10개 동, 642가구 규모의 대단지였다.

이전까지 아파트라고 하면 충정아파트처럼 1~2동짜리 집합주택을 의미했다.

그러나 마포주공은 모든 면에서 이전 아파트들과 달랐다.

수세식 화장실, 입식 생활을 위한 설비, 보일러를 이용한 온수 공급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잔디밭 등의 공간이 있었다.

저자는 "1~2채가 아니라 여러 동으로 이루어진 아파트단지를 만든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때였고, 무엇보다 이런 규모의 사업을 벌일 돈이 없던 시절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소유했던 일본인 재산을 처분해 마련한 귀속자금 5억원으로 아파트 건립에 착수했다.

당시 정부 연간 예산(768억원)의 약 0.7%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50년 만에 0.8→63%로 급증…K모던의 상징 '아파트'
마포주공 이후 아파트는 한국 주택의 표본이 되어갔다.

1970년 전체 주택 중 단독주택 비율은 95.3%, 아파트는 0.8%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20년에는 단독주택 비율이 21.0%로 곤두박질쳤고, 아파트는 63.0%로 치솟았다.

50년 동안 국민 대다수가 사는 주택 유형이 완전히 뒤바뀐 경우는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우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단지 내 인프라를 입주자가 부담하는 방식, 임대가 아닌 분양, 30년 후 재개발 등 한국 아파트 단지의 특징은 모두 마포주공에서 시작됐고,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도시 재개발 방식, 주택 공급 정책, 공동주택의 유형, 생활 습속 등 작금의 한국 사회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 데 마포주공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마포주공에 대해 "부족한 물적 토대를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뛰어넘어 만들어진 모더니티"라면서 "한국 모던의 독특한 특징을 마포주공이 담고 있다"고 말한다.

마티. 350쪽.
50년 만에 0.8→63%로 급증…K모던의 상징 '아파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