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감사원이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대체투자 감사에 돌입한 지 1년 6개월 만에 현장감사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방대한 자료 요청에 감사 속도가 더뎠던 만큼 늑장 감사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연기금과 공제회가 대체투자 자산 규모를 급격하게 늘린 배경, 이번 사안 단독 취재한 김대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운용자산 1천조 원 시대를 연 국민연금.

5년 만에 대체투자 규모를 2배 넘게 늘렸습니다.

국민연금은 물론,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의 대체투자 규모를 모두 합하면 300조 원이 넘습니다.

300조 원이 얼마나 큰 금액이냐면요. 미국의 최대 라이벌, 중국의 올해 전체 국방비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최근 주식이나 채권보다 대체투자에 매력을 느끼는 큰손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대체투자는 다양한 자산군을 포함하는 만큼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대체자산 중 큰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건 단연 '부동산'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가 유행처럼 번졌는데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럽의 오피스를 경쟁적으로 사들이며 몸집을 불렸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장기화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대체투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됐는데요.

제대로 된 실사 없이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 등 우량 임차인만 보고 들어간 투자에서 구멍이 난 겁니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수익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판매사만 믿고 중·후순위 대출에 나섰던 큰손들은 원금을 전부 날릴 위기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대체투자 중심의 유연한 투자 전략을 통해 수익률 제고에 나서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데요.

감사원이 숨겨진 부실 자산을 찾아내기 위해 칼을 빼 들었지만, 기관마다 투자 대상이 다양하고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다른 만큼 넘어야 할 산은 많은 상황입니다.

<리포트>

감사원이 다음 달부터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대체투자 손실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감사에 착수합니다.

현장감사는 감사관이 대상기관이나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감사를 실시하는 단계로, 전체 감사 과정 중 핵심인 본감사로 통합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감사원은 KIC와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에 다음 달부터 현장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통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22년 말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에 대체투자 관련 자료를 처음 요청했는데,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현장감사에 나서는 겁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주요 연기금의 대체투자 운용 실태를 점검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은 확인이 불가하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그동안 국내 8대 공제회(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군인공제회·경찰공제회·노란우산공제·과학기술인공제회·건설근로자공제회·대한소방공제회)와 KIC에 수차례 감사관을 파견해 대체투자 운용 현황에 관한 추가 자료를 수집하는 등 예비감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부실자산을 골라내려는 목적인데, 자료가 방대해 투자 부실의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3대 연기금과 8대 공제회, KIC의 대체투자 규모는 총 306조 원에 달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무조건 (자료를) 다 달라고 하지 않고 필요한 것만 딱딱 달라고 해서 끝내야 되는 거죠. 감사원에 전문가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실자산을 찾기) 쉽지 않죠.]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대체투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전수조사가 오히려 선제적인 리스크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영상취재: 양진성, 영상편집: 노수경, CG: 신현호
[단독] 5월부터 대체투자 본감사…'늑장감사' 볼멘소리
김대연기자 bigkite@wowtv.co.kr
[단독] 5월부터 대체투자 본감사…'늑장감사' 볼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