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방향) 방시혁 하이브 의장,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가수 보아, 테디 /사진=한경DB, 각 소속사 제공
(시계 방향) 방시혁 하이브 의장,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가수 보아, 테디 /사진=한경DB, 각 소속사 제공
K팝 5세대 전쟁이 치열하다. 주요 4사(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에서 일제히 신인 그룹을 쏟아내며 가요계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뉴페이스'들을 맞이하고 있다.

5세대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각 사 수장까지 프로듀서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이브에서는 '방시혁 막내딸'이라는 수식어로 걸그룹 아일릿을 선보였고, YG에서는 양현석이 3년 만에 복귀해 베이비몬스터를 내놨다. K팝 일본 진출의 시초격인 보아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한일 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NCT 위시(WISH)를 론칭했다. 블랙핑크의 음악적 동반자였던 테디도 곧 걸그룹을 데뷔시킨다.

K팝 흥행을 이끈 방탄소년단, 엑소, 블랙핑크 등 3세대 그룹의 재계약 시즌이 지나면서 세대교체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됐다. 입대처럼 불가항력적인 상황 외에도 타 회사로의 이적, 그룹과 개인 활동의 분리 계약 등이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슈퍼 IP를 대체하는 식의 단순 개념을 넘어 신규 IP를 통한 수익 안정성 확보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존 IP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 IP를 정착시키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K팝 피지컬 앨범 수출액은 2억9023만달러(약 3800억원)로 전년 대비 25.5% 증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인기에 발맞춰 신규 IP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세대교체 주기 역시 빨라지고 있다. 스트레이 키즈·투모로우바이투게더·있지·에스파·아이브·르세라핌·뉴진스의 인기가 여전히 상승세인 가운데 라이즈·투어스·아일릿 등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며 단숨에 5세대 그룹을 형성했다.
그룹 베이비몬스터, NCT 위시, 아일릿 /사진=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제공
그룹 베이비몬스터, NCT 위시, 아일릿 /사진=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제공
현재 5세대 그룹은 글로벌 인기 흐름에 맞춰 해외향으로 제작되거나, 팝 시장에서 선호하는 이지 리스닝 음악을 추구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K팝 피지컬 앨범 수출국 1위는 부동의 일본이다. 지난해 수출 현황을 보면 일본은 전년 대비 42%, 미국은 61% 증가했다. K팝 소비력이 가장 큰 일본은 여전한 핵심 시장으로,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에 각각 2명의 일본인 멤버가 포함됐고, NCT 위시는 아예 일본을 겨냥한 팀으로 한국인 2명에 일본인 4명으로 구성됐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니쥬에 이어 일본 현지서 제작한 신인 넥스지의 한국 데뷔도 앞두고 있다.

K팝 피지컬 앨범의 북미·유럽 지역의 수출이 증가하고,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의 점유율이 감소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를 두고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K팝 산업이 서구권을 타깃으로 한 성장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가사에 영어 사용 비율을 높이는 등 K팝이 K를 떼고 서구권을 겨냥해 제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음악 역시 팝 시장에서 선호하는 이지 리스닝을 추구하고 있다. 심오하고 방대한 서사를 바탕으로 전개하던 세계관 트렌드, 강렬한 사운드와 비트에서 벗어나 편하게 반복적으로 듣기 좋은 음악을 내놓고 있다. 뉴진스의 흥행에 이어 라이즈 '겟 어 기타', 르세라핌 '이지', 투어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아일릿 '마그네틱' 등이 큰 사랑을 얻고 있다.

K팝 글로벌 인기의 촉발제와도 같았던 'SNS 마케팅'은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포인트를 살린 안무로 챌린지 붐을 이어가고 있고, 틱톡·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바이럴도 활발하다. 일각에서는 대형 기획사의 마케팅 물량 공세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 세대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데뷔와 동시에 성공 여부를 따지게 되는 분위기다. 데뷔 후 몇 년까지는 흐름을 지켜보던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정착시키기 위해 초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편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얻어야 하는 셈"이라면서 "그렇다 보니 시장이 대형 기획사 아이돌 위주로 더 공고해지고 있다. 음악의 장르적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