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2일 OBS의 인천 계양을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토론회를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2일 OBS의 인천 계양을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토론회를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재개발·재건축을 추진 중인 (지역 내) 아파트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

“제가 구체적인 아파트 이름을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라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2일 밤 OBS에서 방송된 인천 계양을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두 사람이 맞섰다. 이재명 후보는 총선 승리를 통한 정권심판론을, 원희룡 후보는 ‘일하는 국회’를 강조했다.
元 "재건축 단지명 알고있나" 李 "기억 안나"

재개발·재건축 문제 두고 설전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지역구의 재개발·재건축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지는 아파트 이름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장관 출신인 원 후보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원 후보가 “이름을 하나만 대보시라”고 하자 이 후보는 “아니, 지금 기억이 안 난다는데, 본인은 외워뒀나 보다”라고 받아쳤다. 이어 “방해하지 말라”고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는 원 후보가 재개발·재건축 기반 시설 구축에 국비 1000억원을 끌어오겠다고 공약한 것을 두고 “사업성 확보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건 불가능한 약속이자 사탕발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 후보께서는 주로 국민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게 포퓰리즘이라는 입장이신 듯한데, 이번엔 유독 재정 지원을 강조한다”며 “모순된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원 후보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 없이 선거 때 툭하면 25만원, 100만원을 뿌리겠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고 응수했다.

이 대표는 “5년 넘게 방치하면 나라가 거덜난다”며 정권 심판과 함께 지지를 호소했다. 원 후보는 “정부 비판도 좋지만, 임기가 3년 남은 만큼 정부가 정신 차리도록 하되 일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원 후보 측은 “1일 열린 토론회 녹화 현장이 언론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이 후보 측 요청에 따라 토론회 시작 1시간 전에 비공개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후보자 토론회의 무게감

지난달 28일 공식 선거전 돌입과 함께 계양을 외에도 수십 개 지역구에서 앞다퉈 후보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일 CBS 라디오에서 이뤄진 경기 화성을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공영운 민주당 후보 딸의 서울 성수동 재개발 구역 부동산 보유 사실을 놓고 파고드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칼’과 빠져나가려는 공 후보의 ‘방패’가 맞부딪혔다.

이 후보와 공 후보는 공 후보 딸의 부동산 보유를 놓고 14분간에 걸쳐 공방을 이어갔다. “(딸의 주택 보유가) 있는지 없는지, 왜 답을 못하냐”는 이 후보에 공 후보는 “꼬리 물기 하려는 것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지 않겠다”고 피했다. 이 같은 공 후보의 대답 회피에는 선거 토론회의 특수성이 깔려 있다.

일반적인 토론회와 달리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발언은 공직선거법 처벌 대상이 된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선거기간 허위사실 유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 지시를 부정했다가 고발당해 대법원까지 2년여에 걸쳐 법적 공방을 벌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약점이 되는 부분을 순순히 인정하면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후보의 공격을 계속 회피하던 공 후보는 결국 “딸이 맞벌이 부부인데 최근에 대출받아 주택을 장만했다. 법적인 문제는 하나도 없다”며 주택 보유 사실을 인정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