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이스탄불·앙카라 주요 도시 싹쓸이 "20년 이래 최대 승리"
재선 이스탄불 시장, 차기 유력 주자 입지…고물가·경제위기 패인
에르도안 "민주주의 승리, 끝 아닌 전환점"
튀르키예 지방선거 야당 승리…에르도안 첫 선거패배(종합2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 결과 최대 도시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야당이 집권당에 패배를 안겼다.

1일 국영 아나돌루 통신과 TRT하베르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완료된 개표 결과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이 81개 광역단체장 자리 중 35곳에서 승리하며 1위를 차지했다고 튀르키예 최고선거위원회가 밝혔다.

CHP는 가장 높은 전국 득표율(37.76%)을 기록해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부르사, 안탈리아 등 5대 대도시를 싹쓸이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득표율 35.48%로 15개 자리를 잃고 24곳을 확보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해 5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 '21세기 술탄'을 꿈꾸며 30년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중대 정치적 시험대로 여겨졌다.

여당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선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2002년 총리로 집권한 뒤 전국단위 선거에서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의 잠재적 경쟁자인 현 이스탄불 시장이 수성에 성공하며 야권의 차기 유력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이스탄불에서 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52) 현 시장은 최종 득표율은 51.14%를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AKP 무라트 쿠룸 후보(39.59%)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2028년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맞설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2019년 지방선거에서 우여곡절 끝에 집권당 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를 꺾고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야권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당시 선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은 AKP의 이의제기로 우세했던 첫 선거 결과가 무효 처리됐지만 재선거에서도 승리했다.

튀르키예 지방선거 야당 승리…에르도안 첫 선거패배(종합2보)
이스탄불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고향이자 그가 1994년 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만큼 이스탄불의 선거 패배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야당은 수도 앙카라 시장 자리도 수성했다.

CHP의 만수르 야바스 앙카라 현 시장은 60.38%의 득표율로 AKP 후보(31.69%)를 압도했다.

아나돌루 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래 CHP가 기록한 가장 큰 선거 승리 결과라고 평가했다.

외즈귀르 외젤 CHP 대표는 "유권자들이 튀르키예에 새로운 정치 질서를 수립하기로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시장을 탈환하려고 절치부심했으나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에르도안이 확산일로의 인플레이션과 집권 이래 차입비용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제1야당에 충격패를 당했다"고 촌평했고 AP 통신은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며 에르도안이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튀르키예의 약진하는 야당이 주요 지방선거에서 에르도안을 세게 때렸다"고 전했다.

개표 결과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연히 국민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 패배를 공식 인정하면서 "이것은 끝이 아닌 전환점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계속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집을 부리거나 국민의 의지에 반해 행동하거나 국민의 힘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을 피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의 승자는 민주주의다.

민주주의가 승리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대선에서 결선 투표 끝에 패해 흔들리던 야권은 주요 도시를 지켜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1년만에 전국적으로 AKP에 앞서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견제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