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즌째 현대건설서만 뛴 양효진, 김연경과 V리그 챔프전 첫 대결 승리
현대건설 양효진, 김연경과의 '절친 대결' 승리…세 번째 우승
17시즌째 현대건설 중앙을 지키는 한국 여자배구 역대 최고 미들 블로커 양효진(34)이 세 번째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고 했던 양효진은 목 부상 탓에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양 팀 합해 가장 많은 블로킹 득점 13개를 했다.

양효진 덕에 높이에서 우위를 점한 현대건설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인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다섯 번째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양효진은 2010-2011, 2015-2016시즌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현대건설은 2019-2020, 2021-2022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아 당시 두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서지 못했다.

2022-2023시즌에는 플레이오프(PO)에서 패했다.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에 오른 챔피언결정전에서 양효진은 블로킹과 특유의 시간차 공격 등으로 3경기서 53득점 하며 현대건설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현대건설 양효진, 김연경과의 '절친 대결' 승리…세 번째 우승
양효진은 김연경(36·흥국생명)과 함께 이번 챔피언결정전 흥행을 책임진 스타 플레이어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진출을 함께 일군 양효진과 김연경은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처음 격돌했다.

김연경은 일곱 번째, 양효진은 다섯 번째 챔피언결정전을 치렀지만 그동안 둘은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맞붙지 않았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처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2006-2007시즌에는 양효진이 프로로 입문하기 전이었고, 2010-2011시즌에는 김연경이 국외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함께 V리그에서 뛰던 기간에는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행보가 묘하게 엇갈렸다.

2022-2023시즌에는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지만, 2위 현대건설이 PO에서 3위 한국도로공사에 패해 두 팀의 챔프전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선수 생활 황혼기에 V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무대에서 처음 만난 둘은 경기 전후로는 살갑게 인사하면서도, 코트 안에서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싸웠다.

현대건설 양효진, 김연경과의 '절친 대결' 승리…세 번째 우승
승자는 양효진이었다.

양효진은 김연경 등 흥국생명 윙 스파이커 공격을 여러 차례 가로막았다.

2008-2009시즌 이후 15년 만에 V리그 우승을 노렸던 김연경의 꿈도 양효진의 높은 벽 앞에 물거품이 됐다.

현대건설이 이번 시즌 챔피언에 오르면서 김연경의 V리그 우승 횟수(2005-2006, 2006-2007, 2008-2009)와 양효진의 우승 횟수가 같아졌다.

2007-2008시즌 현대건설에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입단한 양효진은 17시즌 동안 현대건설에서만 뛰었다.

V리그 정규리그 통산 득점(7천574점), 공격 득점(5천668점), 블로킹 득점(1천560점)에서 양효진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내 몸이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이번 시즌에도 양효진은 546득점으로 전체 9위, 토종 선수로는 김연경(775점)에 이은 2위에 올랐다.

블로킹 득점도 세트당 0.773개로, 0.827의 최정민(IBK기업은행)에 이어 2위를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양효진의 높이와 노련미가 더 빛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