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운경·정운천·조해진 등 '험지' 출마 후보들, 尹 비판 앞장서
홍준표·이장우 등 "들어온 지 며칠 됐다고…현장 뛰는 게 답" 직격

4·10 총선을 목전에 둔 1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및 의료개혁 추진 방향을 둘러싸고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험지'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이 총선 판세가 불리하게 흘러간다는 판단 아래 윤 대통령의 사과에 탈당까지 요구하자, 당내에서는 주요 광역단체장을 중심으로 이들을 향한 거친 비판이 이어졌다.

[총선 D-9] 與 일부 후보 '尹사과·탈당' 요구…"못된 버릇 또" 반박도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후보는 1일 윤 대통령의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 직후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주길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적었다.

함 후보는 "오늘 대국민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의료 개혁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 개혁을 누가 동의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 나라 최고의 정치 지도자다.

정치 지도자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최고의 책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저는 이제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라"고 쓰기도 했다.

[총선 D-9] 與 일부 후보 '尹사과·탈당' 요구…"못된 버릇 또" 반박도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재선의 정운천 의원도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고집 센 검사 이미지가 남아 있는 모습으로는 더는 안 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앞서 경남 김해을 후보인 조해진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실망시킨 것, 분노하게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며 총선 국면에서 여당 후보 중 처음으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함 후보와 정 의원, 조 의원 모두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고, 야당 지지세가 강한 '험지'에서 뛰는 후보들이다.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에 열세를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전향한 운동권 출신 함 후보는 지난 2월 말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표적인 '86세대'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저격수'로 출마했다.

여당 후보 지원을 시작한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을 향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진짜 좋은 일 하려고 대통령이 된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진짜 좀 반성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D-9] 與 일부 후보 '尹사과·탈당' 요구…"못된 버릇 또" 반박도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대선도 아닌데 들어온 지 며칠 됐다고 감히 우리가 만든 대통령 당적 이탈을 요구하나"라며 "근본 없이 흘러 다니다가 이 당에 들어와서 주인 행세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탈당 요구하나"라고 함 후보를 직격했다.

홍 시장은 이어 "대통령 탓하며 선거하는 여당 후보 치고 당선되는 것 못 봤다"며 "지더라도 명분을 갖고 지자. 이미 윤석열 내세워 두 번 이겼지 않나.

역풍에 고개 숙여본들 사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재선 의원 출신의 이장우 대전시장도 페이스북 글에서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등에 칼 들이대는 못된 버릇 또 또…"라며 윤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조 후보와 유승민 전 의원, 그리고 대통령 탈당을 요구한 함 후보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이 시장은 "함운경은 들어온 지 얼마 됐다고 가벼운 입을 함부로 놀리나.

유승민 그만 나대지 마라. 자중해라"라며 "조해진, 함운경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현장을 뛰어라. 그게 답이다, 바보들아"라고 적었다.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한 김경진 후보는 통화에서 함 후보의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저는 반대한다.

선거를 앞두고 단일대오로 가야 하고 대통령의 (의대정원 관련) 입장이 틀린 게 없다"며 "이 와중에 힘겹게 고생하는 대통령께 힘을 실어드리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손자로 부산 서·동구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페이스북에 "양지에서 3선씩이나 하신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면서 의원직 총사퇴를 운운하고 있다"고 조 의원을 비판했다.

김 전 행정관은 또 함 후보에 대해선 "당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수도권에서 공천받은 분은 한술 더 떠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정말 비겁한 처신"이라며 "벌써 누구 탓하며 도망갈 궁리만 하나.

패배주의에 빠져 선거 이후 행보를 획책하는 것 자체가 당원 배신이자 유권자 기만"이라고 쏘아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