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신라젠 대표가 자사의 후보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김재경 신라젠 대표가 자사의 후보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신라젠이 오는 6월말까지인 공매도 금지 기간을 활용해 13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다.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임상연구개발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는 “올해 ‘펙사벡’에 대한 리제네론과의 협상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유증으로 확보한 실탄으로 진행하는 BAL0891의 대규모 임상 1상도 연내 임상 1상 결과 확인을 목표로 한다”고 1일 밝혔다.

업계는 올해가 펙사벡의 ‘운명의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 3상에 진입할지, 기술수출이나 또 다른 공동개발 계약이 체결될지 등이 올해 중 결판이 날 전망이다.

신라젠은 지난 2월 항암백신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를 병용한 임상 2상 결과를 보고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결과를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등록된 환자들의 전신치료 경험 횟수가 들쭉날쭉했다. 일반적으로 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많은 환자일수록 예후가 나쁘다. 예후가 나쁜 환자들을 대상으로 최선의 결과를 뽑아냈다는 반응과, 눈에 확 띄는 효능은 아니라는 반응으로 갈렸다.

김 대표는 “회사가 어렵던 시절인 2018년부터 진행해온 임상으로 환자등록부터 치료 및 추적관찰까지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도 “리제네론은 여전히 우리에게 새로운 데이터를 요구하는 등 관심을 놓치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제네론의 항PD-1 면역관문억제제는 최근 비소세포폐암(NSCLC) 등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후발주자로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약에는 없는 차별화된 병용요법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 대표는 “펙사벡이 리브타요의 가치를 올려주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신라젠은 루닛과의 협력으로 임상 2상 결과를 두고 바이오마커를 세부분석하고 있다.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에서 기술도입(LI)한 BAL0891의 미국 및 국내 임상에 쓰인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573억원을 BAL0891 임상개발에 투입한다.

BAL0891은 티로신 키네이즈(TTK)와 폴로 유사 키네이즈1(PLK1)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저해제다. 암세포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을 차단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전까지 개발된 약이 없는 ‘퍼스트 인 클래스’다.

김 대표는 “상반기 중 BAL0891 단독요법 환자모집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에는 결과보고서(CSR)를 확인하고 내년 상반기 중 주요 암학회에서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라젠은 삼중음성유방암(TNBC)과 위암을 적응증으로 단독요법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임상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등록 목표 환자 수를 120명에서 216명으로 늘렸다. 임상 1상 환자 수로는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충분히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우리 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해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뒤 곧장 기술수출(LO)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신라젠의 미래 먹거리인 차세대 항암백신 ‘SJ-600’에도 전임상과 공정개발을 위해 170억원을 할당했다. 펙사벡 대비 체내 면역을 회피하는 기능을 더해 반복적으로 정맥투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임상 1상 진입 전에 LO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미국 암학회(AACR)에서 3개 후보물질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