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오른 인건비와 인력난으로 정보기술(IT) 솔루션을 도입하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벤처캐피털(VC)도 이런 흐름을 감안해 ‘외식테크’ 스타트업에 앞다퉈 자금을 넣고 있다. 업계에서는 식당의 디지털 전환 흐름이 최소 4~5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 식당' 뜨자…외식테크에 뭉칫돈

외식테크 스타트업 승승장구

31일 업계에 따르면 테이블오더 서비스업체 티오더는 시리즈B(사업 확장 단계)를 통해 300억원의 투자금 유치를 추진 중이다. 산업은행과 LB인베스트먼트는 130억원을 먼저 투자했다. 티오더는 조간만 나머지 170억원의 투자 유치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티오더가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태블릿 주문’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음식 주문을 돕는 태블릿의 신규 수요를 월평균 1만 대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오프라인 주문 서비스 테이블로를 운영하는 창업인은 지난해 11월 프리시리즈A(사업화 단계)에서 투자금 23억원을 확보했다. 스파크랩, CJ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테이블 주문, 웨이팅 솔루션 등 음식점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히어도 지난해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사람 직원을 대체하는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서빙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는 최근 LG전자로부터 6000만달러(약 807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 업체는 올해 1000대 이상의 서빙 로봇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다른 서빙 로봇 솔루션업체 비-로보틱스는 지난해 11월 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모바일 앱 제작사 치타모바일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도 몸값이 껑충 뛰었다.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는 지난 1월 프리시리즈A에서 1200만달러(약 161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에니아이는 햄버거 조리 로봇 개발사다. 회사 측은 “현재 500대 공급 계약을 따냈고 연말까지 1000대는 넘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제 주문은 태블릿으로”

음식점주들이 외식테크 스타트업을 찾는 것은 껑충 뛴 인건비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2013년 4860원에서 올해 9860원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최저임금을 맞춰 준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직원을 뽑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 부족 인력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5만2493명에 달했다.

음식점주들은 이런 흐름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3년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1년 이상 영업한 음식점·주점업 사업체 3000곳 중 54.9%가 3년 후에도 직원 채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태블릿 주문을 도입하면 테이블당 월 1만~2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주문을 처리하는 직원 인건비보다는 훨씬 저렴한 수준”이라며 “직원 선발과 관리 업무를 덜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외식테크가 국내 IT 업계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식테크 스타트업 대부분이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어서다. 페이히어는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와 첨단 포스(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에니아이는 미국의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 두 곳과 비밀유지 계약(NDA)을 체결하고 햄버거 제조 로봇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