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리옹 국제기능올림픽 앞두고 훈련 중인 한승우·천경호
농구 대신 꽃, 빙속 대신 타일로 '태극마크' 단 선수들
학창시절 농구를 했던 한승우(22) 씨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천경호(21) 씨는 올림픽을 앞두고 한창 합숙 훈련 중이다.

파리올림픽을 위해 담금질하는 선수들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들이 훈련하는 곳은 진천선수촌이 아닌 인천의 한국산업인력공단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이고, 이들이 참가할 올림픽은 9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이다.

그리고 이들의 '무기'는 농구공과 스케이트가 아닌 꽃과 타일이다.

31일 산업인력공단은 오는 9월 10∼15일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소개했다.

화훼 직종 대표 한승우 씨는 세계대회 1등 경력의 아버지와 꽃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 식물원에서 일하는 형을 둔 '화훼 금수저'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농구를 하다 부상으로 그만두고 방황하던 중에 부모님의 권유로 화훼에 입문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첫 전국대회에서 꼴찌로 탈락한 후 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여럿이 하는 농구와 달리 화훼는 혼자 하는 것이어서 새벽까지 훈련하면서 외로움도 느꼈다.

한씨는 그러나 "그럴 때마다 업계 선배인 가족과 고민 상담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며 마침내 태극마크를 단 지금은 함께 훈련하는 국가대표 친구들 덕분에 힘든 줄도 모른다고 했다.

이번 대회 금메달이 목표인 그는 대회 이후에도 공부와 훈련을 병행하며 자신의 이름을 딴 꽃집을 창업해 전국에 지점을 내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농구 대신 꽃, 빙속 대신 타일로 '태극마크' 단 선수들
천경호 씨는 같은 반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타일을 접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서 '타일 선수'로 전향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열악한 텐트 안에서 고된 훈련을 하면서 지치기도 했지만 "항상 그 자리에 계신 어머니의 조건 없는 사랑과 든든한 집밥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운동선수 못지않게 체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보니 천씨는 올림픽을 앞두고 상체 근육 단련을 위한 운동도 일과 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지속적으로 기술을 연마해 건축 분야에 크게 기여하고 싶다"며 "다음 기능올림픽을 위해 후배 양성에도 꾸준히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리옹 국제기능올림픽엔 두 선수를 포함해 산업기계, 정보기술, 목공, 실내장식 등 49개 직종에 57명 국가대표가 출전한다.

우리나라는 2년마다 열리는 기능올림픽에서 지금까지 총 19차례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내달 1∼5일에는 국가대표를 꿈꾸는 기능인들을 위한 2024년 지방기능경기대회가 전국 17개 시도에서 열린다.

50개 직종에 4천711명의 선수가 출전하며, 직종별 1∼3위 입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기능사 시험 면제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