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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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메모리사업부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전담팀을 신설했다. 지난 1월 HBM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의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범한 ‘HBM 원팀 태스크포스(TF)’에 이은 두 번째 HBM 전담 조직이다. 2019년 없앤 HBM 전담 조직을 재건해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HBM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에이스 모아 '차세대 HBM 전담팀' 만든다
삼성전자는 동시에 HBM이 필요 없는 신개념 인공지능(AI) 가속기(AI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 ‘마하1’의 후속작 개발을 준비 중이다. AI 반도체 시장을 잡기 위해 HBM과 마하1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램·낸드플래시 개발·판매를 담당하는 메모리사업부에 최근 HBM개발팀을 신설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대용량 데이터처리가 필요한 AI용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올해 141억달러(약 19조원), 내년 199억달러, 2029년엔 377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핫’한 제품인 점을 감안해 인력도 ‘에이스’ 중심으로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팀장은 메모리사업부의 핵심 보직인 D램개발실장을 맡고 있는 황상준 부사장이 겸직한다. 팀 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HBM개발팀은 올 하반기 양산 예정인 HBM3E, 내년 생산 계획이 잡혀 있는 HBM4 등 차세대 HBM 개발에 주력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이날 개인 SNS에 “커스텀(맞춤형) HBM4를 개발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우리와 그 일을 할 것”이라며 “전담팀의 노력으로 HBM 시장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고 썼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HBM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엔 HBM 원팀 TF를 출범시켰다. 목표는 HBM 수율을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DS부문 각 사업부의 ‘실력자’ 100여 명을 끌어모았다.

삼성이 HBM 전담조직을 잇따라 신설한 것에 대해 반도체업계는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27~28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메모리반도체 학술행사 ‘멤콘 2024’에서 황 부사장이 “올해 HBM 생산량을 전년 대비 최대 2.9배까지 늘릴 수 있다”고 자신한 것도 이런 전망에 한몫하고 있다.

HBM 전담조직 신설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경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31년째 D램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정작 가장 돈이 되는 HBM에선 ‘만년 2위’인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 2019년 ‘HBM 시장이 커지지 않을 것’이란 당시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HBM 개발 조직을 없앤 영향이 컸다. 경 사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고의 경쟁력으로 공정을 개발해 다시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AI 추론(서비스)용 AI 가속기 마하1의 후속 제품 개발에도 들어간다. 당장 수요가 많은 HBM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HBM이 필요 없는 신개념 AI 가속기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경 사장은 SNS에 “고객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마하2의 빠른 개발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