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그만 뒀어요"…'수입 0원' 인플루언서 된 여성의 근황 [이일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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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베르베르
10년차 교사에서 인플루언스로 '전업'
건강 레시피부터 '힐링' 메시지까지
"40초 릴스 만드는데 편집만 2시간"
10년차 교사에서 인플루언스로 '전업'
건강 레시피부터 '힐링' 메시지까지
"40초 릴스 만드는데 편집만 2시간"
"익명의 공간에서 저만의 또 다른 자아를 실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계정이 커지고,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말하는 제가, 잠도 못자고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상황에 놓이니 선택을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를 나오게 됐습니다.(웃음)"
지난달까지 초등학교 교사 박정현, 팔로어 20만의 인플루언서 베르베르의 삶을 병행하던 그는 2015년부터 몸담았던 학교를 나왔다. 그의 또 다른 자아의 표출이자 일상의 기록이었던 인스타그램 계정이 새로운 '업'이 된 것. 아침(Breakfast)과 운동(Exercise), 독서(Reading) 그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수라 생각하는 3대 요소 영단어 첫 글자를 딴 '베르'(Ber)로 지은 그의 계정에는 그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어준 스무디 레시피 외에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일상 속 실천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도 책을 쓰고, 경제교육 강연을 다니며 열정 넘치는 삶을 살았던 그는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베르베르 계정을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1년도 안 되는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교사였기에 그 어떤 수익 활동도 하지 않았다. "베르베르로 얻은 수입은 0원"이라던 그는 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인플루언서로 '전업'했을까. ▲ 소개 부탁드립니다.
10년 차 교사였고, 책을 쓰고, 경제교육 전문가로 강연을 다녔지만, 이제는 인플루언서가 된 베르베르입니다. 2015년 교사 생활을 시작했고, 딱 10년 차가 되는 해에 학교를 나오게 됐어요.
▲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한 이유가 있을까요.
'더는 병행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학교 수업도 하고, 강연도 하고, 퇴근 후 베르베르로 살면서 제대로 다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부담감이 막중했어요.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야 하는데, 초등학교 특성상 교실 안에서 아이들에게 절대 주의를 놓아서는 안 되거든요. 제가 멀티가 안돼서 그런지 스트레스가 크더라고요. 지난달까진 방학이라 이리저리 양립이 됐는데, 개학하고 난 후엔 동시에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말하는 제가, 이렇게 감당 못할 삶을 산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웃음) 채널이 성장하면서 저의 콘텐츠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고,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있어요. 제 게시물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사진 하나 달랑 찍어 올리는 게 아니에요. 기획하는 것에만 며칠이 걸리고, 자료 조사를 하고, 이걸 쉽게 다시 풀어서 1쪽부터 10쪽까지 만들어요. 40초 분량 릴스를 하나 만드는 데 편집만 2시간이 걸려요. 촬영과 기획에 걸리는 시간은 따로고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게감을 갖고 진지하게 임해야겠더라고요.
▲ 전업하기 전의 일상은 어땠나요?
업무시간엔 교사의 삶에 충실했어요. 게시물을 올리는 시간, 댓글을 확인하고,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확인하고 답장을 주는 것도 모두 퇴근 후나 주말에 몰아서 했죠. 특히 저에게 질문을 주시는 분들은 건강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고, 상식과 지식이 풍부한 분들이 많으세요. 하루에 DM을 40~50통 이상씩은 받는데, 그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단답형으로 말해드릴 수 있는 건 바로 할 수 있겠지만, 깊이 있는 질문엔 저도 공부하고, 알아봐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때도 있어요. 전문성이 요구되니 더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퇴사로 이어졌죠.
▲ 선택의 순간에 '교사'가 아닌 '베르베르'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5년 후에 내가 뭘 할까'를 생각해 봤어요.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도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더라고요. 거창한 계획이 있어서 교사를 그만둔 건 아니에요. 교사라는 직업은 1년 단위로 리셋이 돼요. 이 일을 해보니 저는 그보다 긴 안목으로 일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어요. 모험을 좋아하고요. 그러기 위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이런저런 학교 교육 프로그램에도 없는 교육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도 풀리지 않는 뭔가가 있더라고요. 갈증이 있었어요. 진짜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뭘까를 고민하면서 베르베르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완전한 익명으로 저의 또 다른 페르소나를 표출하고 싶었는데, 이게 완전 신세계더라고요.
▲ '베르베르'에 담긴 뜻은 뭔가요?
아침과 운동, 그리고 독서. 여기서 한 글자씩 따왔어요. 저는 건강한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3개 요소가 이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바쁜 일상을 보냈어도 '오늘 내가 3개를 모두 지켰나'를 자신에게 물어봐요. 베르베르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 친구들을 팔로우하고 '좋아요'를 누르던 계정이 있어요. 게시물이 8개 있는데, 거기에도 스무디 갈아 먹는 걸 올렸어요.(웃음) 그게 저니까요. 교사를 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어요. 그래서 건강에 관심이 커졌어요. 이건 확실해요. 건강에 목메는 사람은 건강을 잃어본 사람들입니다.(웃음) 건강을 잃어봤기 때문에 그걸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그래서 멋지진 않지만, 삶의 규칙이 생기고, 이를 통해 웬만한 스트레스는 견딜 수 있게 돼요. 일종의 생존 전략입니다.
▲ 건강의 3대 요소는 어떻게 찾았을까요?
원래 몸은 항상 아팠어요. 교사들의 고질병 방광염, 장염, 변비를 달고 살았고요. 그런데 정신까지 아파오니 타격이 크더라고요. 학교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어느 날 운동을 하는데 '학교'라는 공간만 생각했을 뿐인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거예요.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내 삶이 매우 버거운 상태라는 걸 느꼈어요. 그런데 이런 고민은 부모님에게도 털어놓기 힘들잖아요. 저를 위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더 건강해지기 위해 먹는 것에 신경 쓰며 배달 야식부터 끊었죠. 저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해 먹으면서,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또 제 정신적인 상황을 일기로 쓰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조언과 답을 구했어요. ▲ 스무디를 비롯해 맛있고 건강한 다양한 멘뉴들의 레시피들을 소개해주고 있어요. 이런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뭘 모를 땐 스무디가 좋다 하니 일단 다 갈아 마셨어요. 그런데 영양소를 따져보니 칼로리가 너무 높다거나 당분이 너무 높다거나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과일을 줄여보자' 했더니 맛이 없고요. 그러다 '야채를 많이 먹기 위해 과일을 첨부하자'는 나름의 규칙이 생겼어요. 인터넷에 있는 많은 레시피를 참고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니 저만의 레시피를 개발하게 된 거 같아요. 스무디 외의 레시피들은 다른 비건 인플루언서들이나 해외 레시피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제가 비건은 아니지만, 해외엔 비건도 많고 스펙트럼도 넓어서 채식 연구도 많이 이뤄졌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요.
▲ 여러 플랫폼 중 인스타그램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SNS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어디에서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유튜브도 봤어요. 유튜브는 남녀노소, 다양한 세대가 이용하는데, 인스타그램은 제가 하는 콘텐츠에 관심이 높을 젊은 여성 사용자들이 많아 보이더라고요. 또, 저는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소통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유튜브는 직접적인 소통은 힘들잖아요. 인스타그램은 DM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죠. 하지만 이제 전업 인플루언서가 됐으니 다양한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어요.(웃음) 거기에 따라 영상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공부해야죠.
▲ '업'이 바뀌었으니 수입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어요. 인플루언서와 교사로 일할 때의 수입을 비교한다면요?
비교 불가죠. 왜냐면 인플루언서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웃음) 교사는 원칙적으로 외부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요. 강연을 다닐 때도 강연비가 내부적으로 정해져 있을 정도죠. 학교에 있을 땐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 인스타그램 앱도 수업 시간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인플루언서는 광고하거나, 협업하거나, 물건 판매를 진행하면서 수입을 내는 건데 저는 그런 활동을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제안은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됐고, 뭔가 더 공부하고 도전해 봐야 할 부분인 거 같아요. 욕심을 부리면 쌓아온 것들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가치가 없어지는 순간 저의 팔로우 수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팔로우 수가 2000명일 때나 20만명인 지금이나 제 고민은 같아요. 삶도 바뀌지 않았고요. 계속 머리 싸매고 콘텐츠 고민밖에 안 하고 있어요.
▲ 그런데도 인플루언서로 영향력을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을 거 같아요.
4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찜기 후기가 있어요. 게시물이 올라간 후 판매가 급증해 계속 품절이었는데, 해당 회사에서 '감사하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때 '영향력이 이 정도구나'라는 걸 느끼고, 더욱 책임감 있게 임해야겠다 싶었어요. 제가 애용하던 쇼핑 플랫폼에서 추천한 제품들이 품절이라 저도 구할 수 없게 되면 뿌듯함과 함께 무게감도 함께 느껴요. 잘못된 걸 추천하면 신뢰까지 타격이 가니까요.
▲ 베르베르로 전업한 후 삶은 어떤가요?
신기하게도 같아요. 똑같이 바빠요. 오늘 아침에도 일기를 쓰고, 제가 기획했던 콘텐츠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운동하다가 왔어요. 저를 보고, 정보를 얻는 분들이 늘어나는데, 정확한 내용을 알려드려야 하니까 대충 나무위키에서 긁는 수준으로는 안 되잖아요. 전문가가 아니라도 접근할 수 있는 오픈 논문 사이트들이 많아요. 그곳에서 논문들을 검색해서 크로스체크도 하고,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유튜브도 보고요. 그다음 단계는 수집된 원형의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인데, 이건 제가 초등학교 교사였으니까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이 과정이 또 며칠이 걸려요. 그래도 감사한 건 이젠 집중력을 뺏기지 않아요. 이 일을 하다가 다른 업무를 해야 하지 않으니까, 정신적으로는 여유가 생겼어요. ▲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땐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어요. 남편도 몰랐죠. 부끄러웠어요. 그러다가 '셀카'도 안 찍던 제가 계속 뭔가를 찍고 있으니 눈치를 채더라고요. 유명해지면서 알아보는 학생들도 생겼지만, 최선을 다해서 숨겼어요.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다 SNS를 해서 '선생님 닮은 사람 봤어요', '선생님 베르베르라고 아세요?'라고 물어보는데, 지독할 정도로 모른 척 했어요. '그래, 선생님 닮은 사람 많아' 이러고요. (웃음) 정말 감사한 게, 동료 교사들이나 학부모님들 중에서도 아는 분들이 계셨는데, 아는 척을 안 해주셨어요. 주변 사람들이 배려해주셔서 양립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 교사로서 5년 후의 모습은 변화가 없다고 예상했지만, 인플루언서로서 5년 후의 모습은 어떻게 예상하고 계실까요?
너무 기대하고 있어요. 이제 제가 만들어가기 나름일 거 같아요.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건강한 삶의 방식 전반적인 부분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싶어요. 그래서 고민 상담도 정성껏 하고 있어요. 잘 먹는 것도, 멘탈을 챙기는 것도 모두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이 되는 부분이니까요. 어떤 방식이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요. 그게 인플루언서, 영향을 주는 사람의 업이라 생각해요. 제가 제시하는 여러 콘텐츠 중 자신에게 맞는 하나라도 써먹고, 건강하게 살아가시길,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지난달까지 초등학교 교사 박정현, 팔로어 20만의 인플루언서 베르베르의 삶을 병행하던 그는 2015년부터 몸담았던 학교를 나왔다. 그의 또 다른 자아의 표출이자 일상의 기록이었던 인스타그램 계정이 새로운 '업'이 된 것. 아침(Breakfast)과 운동(Exercise), 독서(Reading) 그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수라 생각하는 3대 요소 영단어 첫 글자를 딴 '베르'(Ber)로 지은 그의 계정에는 그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어준 스무디 레시피 외에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일상 속 실천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도 책을 쓰고, 경제교육 강연을 다니며 열정 넘치는 삶을 살았던 그는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베르베르 계정을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1년도 안 되는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교사였기에 그 어떤 수익 활동도 하지 않았다. "베르베르로 얻은 수입은 0원"이라던 그는 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인플루언서로 '전업'했을까. ▲ 소개 부탁드립니다.
10년 차 교사였고, 책을 쓰고, 경제교육 전문가로 강연을 다녔지만, 이제는 인플루언서가 된 베르베르입니다. 2015년 교사 생활을 시작했고, 딱 10년 차가 되는 해에 학교를 나오게 됐어요.
▲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한 이유가 있을까요.
'더는 병행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학교 수업도 하고, 강연도 하고, 퇴근 후 베르베르로 살면서 제대로 다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부담감이 막중했어요.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야 하는데, 초등학교 특성상 교실 안에서 아이들에게 절대 주의를 놓아서는 안 되거든요. 제가 멀티가 안돼서 그런지 스트레스가 크더라고요. 지난달까진 방학이라 이리저리 양립이 됐는데, 개학하고 난 후엔 동시에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말하는 제가, 이렇게 감당 못할 삶을 산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웃음) 채널이 성장하면서 저의 콘텐츠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고,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있어요. 제 게시물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사진 하나 달랑 찍어 올리는 게 아니에요. 기획하는 것에만 며칠이 걸리고, 자료 조사를 하고, 이걸 쉽게 다시 풀어서 1쪽부터 10쪽까지 만들어요. 40초 분량 릴스를 하나 만드는 데 편집만 2시간이 걸려요. 촬영과 기획에 걸리는 시간은 따로고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게감을 갖고 진지하게 임해야겠더라고요.
▲ 전업하기 전의 일상은 어땠나요?
업무시간엔 교사의 삶에 충실했어요. 게시물을 올리는 시간, 댓글을 확인하고,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확인하고 답장을 주는 것도 모두 퇴근 후나 주말에 몰아서 했죠. 특히 저에게 질문을 주시는 분들은 건강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고, 상식과 지식이 풍부한 분들이 많으세요. 하루에 DM을 40~50통 이상씩은 받는데, 그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단답형으로 말해드릴 수 있는 건 바로 할 수 있겠지만, 깊이 있는 질문엔 저도 공부하고, 알아봐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때도 있어요. 전문성이 요구되니 더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퇴사로 이어졌죠.
▲ 선택의 순간에 '교사'가 아닌 '베르베르'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5년 후에 내가 뭘 할까'를 생각해 봤어요.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도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더라고요. 거창한 계획이 있어서 교사를 그만둔 건 아니에요. 교사라는 직업은 1년 단위로 리셋이 돼요. 이 일을 해보니 저는 그보다 긴 안목으로 일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어요. 모험을 좋아하고요. 그러기 위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이런저런 학교 교육 프로그램에도 없는 교육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도 풀리지 않는 뭔가가 있더라고요. 갈증이 있었어요. 진짜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뭘까를 고민하면서 베르베르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완전한 익명으로 저의 또 다른 페르소나를 표출하고 싶었는데, 이게 완전 신세계더라고요.
▲ '베르베르'에 담긴 뜻은 뭔가요?
아침과 운동, 그리고 독서. 여기서 한 글자씩 따왔어요. 저는 건강한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3개 요소가 이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바쁜 일상을 보냈어도 '오늘 내가 3개를 모두 지켰나'를 자신에게 물어봐요. 베르베르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 친구들을 팔로우하고 '좋아요'를 누르던 계정이 있어요. 게시물이 8개 있는데, 거기에도 스무디 갈아 먹는 걸 올렸어요.(웃음) 그게 저니까요. 교사를 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어요. 그래서 건강에 관심이 커졌어요. 이건 확실해요. 건강에 목메는 사람은 건강을 잃어본 사람들입니다.(웃음) 건강을 잃어봤기 때문에 그걸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그래서 멋지진 않지만, 삶의 규칙이 생기고, 이를 통해 웬만한 스트레스는 견딜 수 있게 돼요. 일종의 생존 전략입니다.
▲ 건강의 3대 요소는 어떻게 찾았을까요?
원래 몸은 항상 아팠어요. 교사들의 고질병 방광염, 장염, 변비를 달고 살았고요. 그런데 정신까지 아파오니 타격이 크더라고요. 학교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어느 날 운동을 하는데 '학교'라는 공간만 생각했을 뿐인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거예요.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내 삶이 매우 버거운 상태라는 걸 느꼈어요. 그런데 이런 고민은 부모님에게도 털어놓기 힘들잖아요. 저를 위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더 건강해지기 위해 먹는 것에 신경 쓰며 배달 야식부터 끊었죠. 저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해 먹으면서,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또 제 정신적인 상황을 일기로 쓰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조언과 답을 구했어요. ▲ 스무디를 비롯해 맛있고 건강한 다양한 멘뉴들의 레시피들을 소개해주고 있어요. 이런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뭘 모를 땐 스무디가 좋다 하니 일단 다 갈아 마셨어요. 그런데 영양소를 따져보니 칼로리가 너무 높다거나 당분이 너무 높다거나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과일을 줄여보자' 했더니 맛이 없고요. 그러다 '야채를 많이 먹기 위해 과일을 첨부하자'는 나름의 규칙이 생겼어요. 인터넷에 있는 많은 레시피를 참고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니 저만의 레시피를 개발하게 된 거 같아요. 스무디 외의 레시피들은 다른 비건 인플루언서들이나 해외 레시피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제가 비건은 아니지만, 해외엔 비건도 많고 스펙트럼도 넓어서 채식 연구도 많이 이뤄졌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요.
▲ 여러 플랫폼 중 인스타그램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SNS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어디에서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유튜브도 봤어요. 유튜브는 남녀노소, 다양한 세대가 이용하는데, 인스타그램은 제가 하는 콘텐츠에 관심이 높을 젊은 여성 사용자들이 많아 보이더라고요. 또, 저는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소통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유튜브는 직접적인 소통은 힘들잖아요. 인스타그램은 DM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죠. 하지만 이제 전업 인플루언서가 됐으니 다양한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어요.(웃음) 거기에 따라 영상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공부해야죠.
▲ '업'이 바뀌었으니 수입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어요. 인플루언서와 교사로 일할 때의 수입을 비교한다면요?
비교 불가죠. 왜냐면 인플루언서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웃음) 교사는 원칙적으로 외부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요. 강연을 다닐 때도 강연비가 내부적으로 정해져 있을 정도죠. 학교에 있을 땐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 인스타그램 앱도 수업 시간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인플루언서는 광고하거나, 협업하거나, 물건 판매를 진행하면서 수입을 내는 건데 저는 그런 활동을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제안은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됐고, 뭔가 더 공부하고 도전해 봐야 할 부분인 거 같아요. 욕심을 부리면 쌓아온 것들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가치가 없어지는 순간 저의 팔로우 수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팔로우 수가 2000명일 때나 20만명인 지금이나 제 고민은 같아요. 삶도 바뀌지 않았고요. 계속 머리 싸매고 콘텐츠 고민밖에 안 하고 있어요.
▲ 그런데도 인플루언서로 영향력을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을 거 같아요.
4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찜기 후기가 있어요. 게시물이 올라간 후 판매가 급증해 계속 품절이었는데, 해당 회사에서 '감사하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때 '영향력이 이 정도구나'라는 걸 느끼고, 더욱 책임감 있게 임해야겠다 싶었어요. 제가 애용하던 쇼핑 플랫폼에서 추천한 제품들이 품절이라 저도 구할 수 없게 되면 뿌듯함과 함께 무게감도 함께 느껴요. 잘못된 걸 추천하면 신뢰까지 타격이 가니까요.
▲ 베르베르로 전업한 후 삶은 어떤가요?
신기하게도 같아요. 똑같이 바빠요. 오늘 아침에도 일기를 쓰고, 제가 기획했던 콘텐츠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운동하다가 왔어요. 저를 보고, 정보를 얻는 분들이 늘어나는데, 정확한 내용을 알려드려야 하니까 대충 나무위키에서 긁는 수준으로는 안 되잖아요. 전문가가 아니라도 접근할 수 있는 오픈 논문 사이트들이 많아요. 그곳에서 논문들을 검색해서 크로스체크도 하고,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유튜브도 보고요. 그다음 단계는 수집된 원형의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인데, 이건 제가 초등학교 교사였으니까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이 과정이 또 며칠이 걸려요. 그래도 감사한 건 이젠 집중력을 뺏기지 않아요. 이 일을 하다가 다른 업무를 해야 하지 않으니까, 정신적으로는 여유가 생겼어요. ▲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땐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어요. 남편도 몰랐죠. 부끄러웠어요. 그러다가 '셀카'도 안 찍던 제가 계속 뭔가를 찍고 있으니 눈치를 채더라고요. 유명해지면서 알아보는 학생들도 생겼지만, 최선을 다해서 숨겼어요.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다 SNS를 해서 '선생님 닮은 사람 봤어요', '선생님 베르베르라고 아세요?'라고 물어보는데, 지독할 정도로 모른 척 했어요. '그래, 선생님 닮은 사람 많아' 이러고요. (웃음) 정말 감사한 게, 동료 교사들이나 학부모님들 중에서도 아는 분들이 계셨는데, 아는 척을 안 해주셨어요. 주변 사람들이 배려해주셔서 양립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 교사로서 5년 후의 모습은 변화가 없다고 예상했지만, 인플루언서로서 5년 후의 모습은 어떻게 예상하고 계실까요?
너무 기대하고 있어요. 이제 제가 만들어가기 나름일 거 같아요.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건강한 삶의 방식 전반적인 부분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싶어요. 그래서 고민 상담도 정성껏 하고 있어요. 잘 먹는 것도, 멘탈을 챙기는 것도 모두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이 되는 부분이니까요. 어떤 방식이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요. 그게 인플루언서, 영향을 주는 사람의 업이라 생각해요. 제가 제시하는 여러 콘텐츠 중 자신에게 맞는 하나라도 써먹고, 건강하게 살아가시길,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이일내일]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주변의 우려와 걱정에도 안정적인 일을 때려치고 '이 일'이 '내 일'이다며 자신만의 길을 진취적으로 걸어가는 분들을 만나 봅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