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환율 흐름 따라 외국인 수급 '출렁'…강달러에 투심 위축 양상
반도체·화장품株 주도력 유지 "1분기 이익추정치 상향·HBM 기대감에 선방"
[마켓톺] "외국인 존버할까" 고환율에 울고웃는 증시
국내 증시가 28일 1,350원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 탓에 울고 웃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달러가 장중 1,350원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인 오전 한때 850억원이 넘는 순매도세를 보였다.

전날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물가지표에 실망했다"며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직후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월러 이사는 연내 3회로 예상되는 금리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도 했다.

증권가에선 연고점을 경신한 원/달러 환율에 대한 부담으로 매물 출회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그러나 며칠째 1,340원을 넘나드는 달러 강세에 대한 경계감 탓에 오후 들어 환율은 하락 반전됐고, 외국인 자금도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다.

오후 들어 '사자'로 전환한 외국인은 1천573억원의 순매수세로 이날 장을 마감했다.

범위를 넓혀봐도 달러 강세가 두드러진 최근 수일간 외국 자금의 수급이 위축된 경향이 확인됐다.

환율이 1,320원대였던 지난 21일 1조8천억원이 넘었던 순매수세는 이후 환율이 1,330~1,340원대를 오르내리자 규모가 줄어들거나 순매도세를 보였다.

일별로는 지난 22일 6천660억원 순매수, 25일 430억원 순매도, 26일 6천210억원 순매수, 27일 2천92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다만, 달러 강세에 비해서는 이날 지수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가 위험선호 흐름을 회복해 환율 하락을 지지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 수출 지표 개선 등 환율 리스크를 견딜 만한 국내 경제의 체력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날 1.38% 상승했고 한미반도체도 17.13% 상승하며 신고가를 거듭 경신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화장품 업종 등이 주도력을 유지했고, 호실적이 예상되는 업종이 지속해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화장품 업종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미국향 수출 호조로 인해 실적 전망 및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등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이 연구원은 전망했다.

김지현 연구원은 "위안화,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화의 상대적 매력도가 감소하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또한 1분기 실적 이익추정치가 상향되는 흐름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하단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29일 증시는 한국시간 이날 밤 예정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일 미국 PCE 물가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결과에 따라 통화정책 컨센서스 및 금리가 민감하게 반응할 소지가 있다"며 "짙은 관망심리가 유입돼 코스피가 방향성 탐색에 나선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