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카카오가 오늘 주주총회를 통해 정신아 대표 내정자를 정식 선임하며, '뉴 카카오'의 출항을 알렸습니다.

박해린 산업부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죠.

박 기자, 카카오 주주총회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주총장은 다소 차분했지만 오히려 온라인상에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카카오는 본사인 제주도 스페이스닷원에서 매년 주주총회를 진행합니다.

심지어 오늘은 850개 상장사의 주총이 개최된 슈퍼 주총데이죠.

슈퍼 주총데이인데다 참석을 위해선 새벽부터 제주까지 가야하는 탓에 직접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수는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총장에서 주가 하락과 카카오의 쇄신 의지를 꼬집는 주주들의 발언은 매서웠습니다.

사법 리스크와 지속되는 내홍에 카카오가 신뢰를 잃자 200만명을 웃돌던 주주들은 1년새 20만명 가까이 떠났고,

남은 186만명의 개인 주주들은 카카오가 진정으로 쇄신 의지가 있냐고 비판했습니다.

주총장에서 한 주주는 "주주가 가장 원하는 건 주가 회복"이라면서 "카카오 주가는 언제 12만 원을 회복할 수 있냐"고 꼬집었고,

이에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경영진으로서 주가는 인기투표가 아니라 체중계라고 생각한다"며, "사업 성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주가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홍 대표는 "카카오 종속회사 사업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고 외부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다"면서 "정신아 대표와 신규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주주들이 원하는 것도 단순히 일시적으로 주가라는 숫자를 올리라는 게 아닌, 사업 성과를 빨리 내, 전과 같은 성장성을 보이라는 채찍일 텐데요.

이같은 홍 대표의 발언에 주총 후 온라인 상에서도 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앵커>

186만 개인 주주가 있는데, 왜 하필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주에서 주총을 하는 겁니까?

또한 본격적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갈 정신아 대표가 답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접근성을 배려해달라"는 주주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제주 주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상법과 정관에 따라 본사가 있는 제주도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인데요.

주주들은 "정관에 조항을 달아 주총장을 바꾸거나, 온라인 생중계라도 하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주총 키워드를 '주주와의 소통'으로 잡고, 경영진들이 총출동한데 더해 온라인 중계와 특별 전시까지 하며, 주주 모시기에 나서고 있죠.

이렇게 주요 대기업들이 '열린 주총'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와 상반된 모습입니다.

심지어 오늘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신아 내정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신임 대표는 주총장에 참석할 의무가 없다는 게 카카오 측의 설명인데요.

네이버 최수연 대표와 같은 경우 취임 당시 주총장에서 주주들과 상견례를 가졌던 만큼 주주들은 정신아 대표 내정자의 불참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사명까지 바꿀 각오로 임하겠다"며 카카오의 쇄신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일년에 한 번 하는 주주와의 만남 조차도 변화가 없다는 게 주주들의 지적입니다.

<앵커>

정신아 대표는 언제 취임하는 겁니까?

카카오 정상화를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죠?

<기자>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를 통해 대표 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산적한 과제 중 가장 큰 문제는 SM엔터 주식의 시세 조종 혐의 라는 사법 리스크로 촉발된 신뢰 회복 이고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적 쇄신도 난제입니다.

최근 카카오는 과거 '먹튀'논란의 당사자로 꼽히는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카카오 본사 CTO로 내정하고,

금감원이 해임을 권고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면서 안팎의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들로, 현 상황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안팎에선 일명 '고인물'이라며, 쇄신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노조도 주총 직후 피켓 시위를 통해 "경영진이 회사를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며,

"임원 선정 과정에서 직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임원의 범위와 책임·권한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뢰와 기대를 잃은 카카오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건 신성장동력 확보입니다.

정신아 대표는 취임 후 서면을 통해 "사내외의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AI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의 큰 틀도 발표했는데요.

AI 기술과 서비스를 집중 강화하기 위해 AI전담 조직을 꾸리고, AI전담조직 산하에는 다양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다수의 조직을 만들어 빠른 실행과 R&D 역량 강화를 도모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조직 및 직책 구조를 단순화하여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습니다

창사 이후 최악의 리스크에 직면한 카카오의 수장이 된 정신아 대표는 오늘부터 2년간 카카오를 이끌게 됩니다.

<앵커>

새로 출항하는 정신아 호에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군요.

내년부터는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고, 주총 장소에 변화를 줄지도 주목해봐야겠습니다.


박해린기자 hlpark@wowtv.co.kr
카카오 올해도 제주 주총...정신아 대표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