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2024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시상식에서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사진)이 ‘올해의 디자이너’ 부문 상을 받았다. 2019년 기아에 합류한 그는 디자인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아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은 ‘올해의 연구개발’ 상을 받았다.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오는 31일자로 미국 엔지니어링·소프트웨어 기술자 4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전체 기술직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2~3년간 수천 명의 생산직을 감원한 데 이어 기술직에까지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시장의 불확실성이 유례없을 만큼 커진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내놓으려면 자원 재배분이 필수”라며 “이게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폭스바겐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100억유로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추진 중인 폭스바겐은 작년까지 5000명 가까이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전환에 고전하고 있는 GM도 지난해 말 생산직 1300명을 해고하고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전체 직원의 24%에 달하는 900명을 내보냈다.현대자동차그룹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2019년 정기 공채 폐지 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1만 명대이던 신규 채용 규모를 2021년 이후 2만 명 이상으로 늘렸다. 내연기관과 하드웨어 중심이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는 데 적절히 대응하려면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채용 절반 이상 신사업에서현대차그룹은 그 인재들을 국내에서 찾아 한국을 ‘미래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그룹이 27일 “향후 3년간 국내 연평균 투자와 고용을 지난해보다 각각 30%, 17% 늘리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회사 관계자는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을 이겨내려면 이를 뚫고 나갈 인재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 대규모 고용과 투자를 집중해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인도, 브라질 등 생산 기지는 전 세계 신시장을 향해 넓히되 핵심 인재·기술 거점은 국내에 꾸리겠다는 전략이다.현대차그룹이 향후 3년간 국내에서 채용하겠다고 밝힌 인원은 8만 명이다. 특히 전체의 절반 이상인 4만4000명을 전기차,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수소 생태계 구축,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 분야에서 채용하기로 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미래 전략 산업 주도권을 놓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같은 대기업이 국내 고용을 늘리면 국가 전체적으로 신성장 산업 인재 풀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매년 ‘공격 투자’ 고삐 죈다2026년까지 3년간 국내 투자 규모는 68조원으로 잡았다. 핵심 투자 주체인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힌 향후 3년(2024~2026년) 투자 계획이 56조2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투자 규모를 상당폭 늘리는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당초 계획보다 15% 많은 12조5159억원을 투자했는데, ‘공격 투자’ 기조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사별 상세한 투자 계획은 조만간 있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힐 것”이라고 했다.투자의 초점은 핵심 기술 확보에 맞췄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SDV, 배터리 기술 내재화 등 연구개발(R&D) 투자에 전체의 46%인 31조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R&D 핵심 거점만큼은 국내에 두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미래 인프라 투자에는 35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첫 번째 과제는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위한 생산 능력 확보다. 지난해 29년 만에 국내에 짓는 신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착공한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제네시스의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기아 광명·화성 전기차 공장도 올해와 내년 하반기 각각 가동에 들어간다. 이곳에선 기아의 보급형 전기차인 EV3와 미래 먹거리인 목적기반차량(PBV)이 생산될 예정이다.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 차세대 미래 사업을 겨냥한 전략 투자에는 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기아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진행된 글로벌 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하는 ‘2024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시상식에서 2개 부문을 수상했다.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이 ‘올해의 디자이너’ 부문, 대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올해의 연구개발’ 부문에 선정된 것이다.2019년 기아에 합류한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Opposites United(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기반으로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 기아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디자인은 위험을 감수하고 지속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혁신적이고 미래를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디자인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EV9은 △7인승의 대형 전동화 모델이 제공하는 실내공간 △99.8kWh 대용량 배터리·400/800V 멀티 초급속 충전 시스템 △무선(OTA) 업데이트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기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OTA 업데이트는 무선 통신망을 통해 EV9의 차량 제어 시스템, 내비게이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빌트인 캠 등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기술이다. EV9은 올해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현지 생산 전기차로, ‘2024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에 최종 선정됐으며 27일 미국 뉴욕에서 발표 예정인 '세계 올해의 차'에도 최종 후보에 오른 상태다.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사장은 “EV9은 혁신적인 상품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3열 대형 SUV로서 패밀리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뉴욕=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기아가 메르세데스벤츠·BMW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 올리버 샘슨(왼쪽)과 임승모(오른쪽)를 영입했다. 기아는 샘슨 디자이너를 기아유럽디자인센터장(상무)으로, 임승모 디자이너를 기아중국디자인담당(실장)으로 각각 선임한다고 26일 발표했다.샘슨 상무는 2003년 현대차·기아 유럽디자인센터 외장 디자이너로 경력을 시작했다. 2007년 메르세데스벤츠로 옮겨 EQ 실버 애로우, 마이바흐 식스 쿠페, A클래스 세단 등의 디자인 개발을 이끌었다. 이후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를 거쳐 창안자동차 혁신디자인 플랫폼실장으로 일했다.임 실장은 2010년부터 BMW그룹에서 BMW i4, 시리즈 4 등을 비롯해 비전 넥스트 100, 235i 레이싱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외장 디자인을 담당했다. 2022~2023년 중국 디디추싱과 지리자동차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했다. 중국에 특화한 맞춤형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다.기아는 “세계 자동차업계가 주목하는 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해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량을 확보했다”며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