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덜 하는 한국인…10년 만에 쪼그라든 K게임시장
게임 시장 규모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1% 감소하면서 20조원 선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인의 게임 이용률도 전년보다 11%포인트 넘게 급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달 초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통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매출 규모를 19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매출인 22조2149억원보다 10.9% 줄었다. 매출 감소는 2013년 전년 대비 0.3% 줄어든 이후 10년 만이다. 2022년엔 전년보다 5.8%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연초에 국내 게임산업 현황을 정리한 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진흥원은 매출이 줄어든 원인으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종식으로 인한 재택근무 감소,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부진 등을 꼽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게임을 대체할 만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늘어난 점도 게임 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봤다. 국내 게임 업체의 수출 규모는 2021년 86억7287만달러(약 11조6300억원)에서 2022년 89억8175만달러(약 12조400억원)로 3.6% 느는 데 그쳤다. 전년 증가율인 5.8%에 못 미친다.

게임 시장 위축은 이용자 통계로도 드러난다. 진흥원이 한국인 만 10~65세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지난해 게임 이용률은 62.9%였다. 전년(74.4%)보다 11.5%포인트나 줄었다. 이 수치가 70% 밑으로 내려간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게임 이용자 중 플랫폼별 게임 이용률은 모바일(84.6%), PC(61.0%), 콘솔(24.1%), 아케이드(11.8%) 순이었다.

플랫폼별 매출은 2022년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이 13조720억원으로 전년보다 7.6% 늘었다. PC 게임은 5조8053억원으로 같은 기간 3% 증가했다. 콘솔은 1조1196억원으로 6.4% 늘었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진흥원은 “PC 게임은 다중 플랫폼 용도의 게임 개발이 주류를 이루면서 현상 유지 정도의 업황을 보일 것”이라며 “모바일 게임은 지속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은 2022년 7.8%로 집계됐다. 전년 7.6%보다 소폭 늘었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규모다. 미국의 점유율은 2021년 22.0%에서 2022년 22.8%로 0.8%포인트 늘었다. 중국도 같은 기간 20.4%에서 22.4%로 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일본은 10.3%에서 9.6%로 0.7%포인트 줄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시장 점유율도 나란히 감소해 유럽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한국의 최대 게임 수출국은 2022년 수출액 비중 기준 30.1%를 차지한 중국이었다.

국내 산업 부문별로는 제작·배급 업체의 종사자가 늘고 유통 업체의 종사자가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2022년 게임 제작·배급 업체 종사자는 4만8514명으로 전년보다 7.2% 늘었다. PC방, 아케이드 게임장 등을 운영하는 게임 유통업체 종사자는 3만5833명으로 같은 기간 2.1% 줄었다. 전국 PC방도 9265개에서 8485개로 8.4% 감소했다. PC방의 전체 매출 규모는 2021년 1조8408억원에서 2022년 1조8766억원으로 1.9% 늘었다.

가상현실(VR) 게임 기기를 보유한 PC방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