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지수가 3000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대형 증권사 사이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상장 기업의 실적 전망치 개선,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주주환원 강화,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수급 상황 개선 등 3박자가 주가 상승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유가증권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주요국 대비 아직 낮다는 점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올해 코스피 3000 간다"…증권사 속속 전망치 올려

NH투자증권 “코스피 3100 간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지수 연간 목표치를 기존 2830에서 3100으로 올릴 계획이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3000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건 한화투자증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NH투자증권이 이런 전망을 한 건 최근 상장사의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흐름을 보인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8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개월 전 133조405억원에서 최근 135조165억원으로 높아졌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따르면 기관은 투자하는 회사의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올리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밸류업 효과가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 지수 목표치를 올렸다”고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올해 코스피지수 범위 상단을 3000으로 제시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세제 개편안이 포함되는지가 중요한데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정책 내용을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최근 비둘기파적 면모를 보이는 것도 증권사들이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올리는 원인 중 하나다. FOMC는 20일 열린 회의에서 올해 기준금리 3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아직 안 올린 증권사도 낙관 분위기 뚜렷

다른 증권사도 상향 조정 대열에 속속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은 “미국 물가 상승, 중국 경기 침체 등 주식시장 곳곳에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들 문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되면서 코스피지수 추가 상승의 동력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주 실적 개선 기대도 주요 증권사가 낙관적 전망을 하는 근거 중 하나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실적 개선 기대로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해부터 많이 올랐는데 최근에는 삼성전자로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여전히 싸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긍정적이다. 올해 실적 전망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 PER)은 최근 11.2배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18.4배)과 신흥국 평균(12.5배)을 밑돈다. 최근 많이 올랐음에도 올 1월 급락의 영향으로 연초 대비 3.51% 상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22.19%), 대만 자취안지수(12.81%), 유럽 유로스톡스50지수(11.27%), 미국 S&P500지수(9.74%) 등은 코스피지수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일부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등 불확실성 요인이 제거된 건 긍정적이지만 이는 호재도 소멸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팀장은 “코스피지수가 2800선을 넘어서려면 채권 금리가 낮아지거나 강한 실적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