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배지 줍는' 곳인데…'총체적 난국' 된 강북을 '벼락 공천'[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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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배지 줍는다'며 여유만만했는데
공천 후보 2번이나 낙천하는 '악재' 터져
후보 등록 마감 하루 앞두고 부랴부랴 '공천'
공천받은 한민수, 과거엔 "골목번지수나 알고 있냐"
공천 후보 2번이나 낙천하는 '악재' 터져
후보 등록 마감 하루 앞두고 부랴부랴 '공천'
공천받은 한민수, 과거엔 "골목번지수나 알고 있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쓴소리 맨'을 자처해 온 박용진 의원의 공천 여부는 4·10 총선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북을'에 현역 의원이자 '비명계'의 대명사인 박 의원의 공천 여부가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 여부를 가르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박 의원은 2번 연속 경선에서 탈락하고, 친명계 한민수 대변인이 전략 공천을 받았다. '비명횡사' 논란 속 박 의원의 탈락은 예상한 대로였지만 문제는 그 과정이 '순탄함'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1차 경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맞붙었다. 권리 당원투표와 여론조사가 1대 1로 반영된 합산 투표 결과 박 의원이 51.72%, 정 전 의원이 48.28%를 각각 득표했으나,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 의원에게 30% 페널티가 적용되자 최종 득표율 36.56%로 감산 돼 결국 패했다.
정 전 의원이 '목발 경품' 등 막말 논란으로 낙천됐지만, 박 의원은 후보 자리를 승계받지 못하고 또다시 2차 경선을 치렀다. 민주당은 경선 절차에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차점자가 승계받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2차 경선에 나선 조수진 변호사는 '권리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1대 1 반영'이라는 1차 경선룰과 다르게, 전국 권리당원 70%와 강북을 권리당원 30%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경선을 치렀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경선룰이었고, 박 의원은 예상대로 2차 경선에서도 패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례적으로 2차 경선 결과를 직접 공개했다. 그는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유세 도중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 결과는 조수진 후보가 53.76% 박용진 후보가 46.25%였다고 한다. 전국 권리당원은 박용진 후보가 23.15%, 조수진 후보가 76.86%였다. 가·감산이 없어도 박용진 후보가 30.08%, 조수진 후보가 69.93%이었고, 가·감산을 반영하면 19.4%대 80.6%였다고 한다"면서 "해당 지역 권리당원과 전국 권리당원이 투표한 결과 가감산 없이 압도적 차이로 후보가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공천을 확정받았던 조수진 변호사는 지난 2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유시민 작가님께서 '조변은 길에서 배지 줍는다' 이런 반농담도 하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선에서 패한 박용진 의원을 향해서는 "이왕 바보가 되실 거면 입법 권력을 절대로 넘겨주면 안 된다는 더 큰 대의를 보시고 본인이 밀알이 돼서 썩어 없어지는 생각으로 헌신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 의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랬던 조 변호사의 상황은 불과 이틀 만에 급변했다. 후보로 확정된 조 변호사가 과거 '아동 성범죄 변호' 등 다수 맡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 어떤 피의자든 변호할 수는 있지만, 변론 내용에 있어서 '2차 가해'성 내용이 있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그는 2018년 당시 10살이던 피해 아동 성폭행범을 변호하며 "피해 어린이가 성병에 걸린 것은 다른 성관계 때문일 수 있다"며 아이의 아버지가 성병을 옮겼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변호사는 결국 후보 등록 마감일인 22일 새벽,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박 의원과 조 변호사의 경선 결과를 전하며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겠다"고 강조한 이 대표의 바람과는 다르게 '강북을 공천 잔혹사'가 계속 이어진 셈이다. 민주당은 고작 반나절 만에 새로운 후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무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재명 대표는 서울 강북을 후보로 '친명'으로 분류되는 한민수 대변인을 전략 공천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벼락 공천'을 받은 한 대변인도 공천이 결정되자마자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한 대변인이 기자 시절 썼던 '벼락 공천 비판' 칼럼 내용이 공개되면서다.
그는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절인 2016년 4월 6일 '황당한 선거구'라는 칼럼에서 서울 송파갑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최명길 후보를 향해 "최 후보는 갑자기 나타났다. 최 후보는 당초 대전 유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당내 경선까지 치렀다. 경선에서 지자 당 지도부는 곧바로 그를 송파을에 전략 공천했다"며 "하루아침에 날아온 최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 골목 번지수나 알고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하루 아침에' 공천을 받은 한 대변인 자신에게 과거 자신이 한 말을 돌려주게 된 셈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도 "강북을 공천이 코미디가 됐다"는 자조가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하루 만에 후보 등록 서류는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이냐"며 "박용진을 찍어내기 위해 무리한 공천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결과적으로 박 의원은 2번 연속 경선에서 탈락하고, 친명계 한민수 대변인이 전략 공천을 받았다. '비명횡사' 논란 속 박 의원의 탈락은 예상한 대로였지만 문제는 그 과정이 '순탄함'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1차 경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맞붙었다. 권리 당원투표와 여론조사가 1대 1로 반영된 합산 투표 결과 박 의원이 51.72%, 정 전 의원이 48.28%를 각각 득표했으나,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 의원에게 30% 페널티가 적용되자 최종 득표율 36.56%로 감산 돼 결국 패했다.
정 전 의원이 '목발 경품' 등 막말 논란으로 낙천됐지만, 박 의원은 후보 자리를 승계받지 못하고 또다시 2차 경선을 치렀다. 민주당은 경선 절차에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차점자가 승계받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2차 경선에 나선 조수진 변호사는 '권리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1대 1 반영'이라는 1차 경선룰과 다르게, 전국 권리당원 70%와 강북을 권리당원 30%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경선을 치렀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경선룰이었고, 박 의원은 예상대로 2차 경선에서도 패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례적으로 2차 경선 결과를 직접 공개했다. 그는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유세 도중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 결과는 조수진 후보가 53.76% 박용진 후보가 46.25%였다고 한다. 전국 권리당원은 박용진 후보가 23.15%, 조수진 후보가 76.86%였다. 가·감산이 없어도 박용진 후보가 30.08%, 조수진 후보가 69.93%이었고, 가·감산을 반영하면 19.4%대 80.6%였다고 한다"면서 "해당 지역 권리당원과 전국 권리당원이 투표한 결과 가감산 없이 압도적 차이로 후보가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공천을 확정받았던 조수진 변호사는 지난 2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유시민 작가님께서 '조변은 길에서 배지 줍는다' 이런 반농담도 하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선에서 패한 박용진 의원을 향해서는 "이왕 바보가 되실 거면 입법 권력을 절대로 넘겨주면 안 된다는 더 큰 대의를 보시고 본인이 밀알이 돼서 썩어 없어지는 생각으로 헌신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 의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랬던 조 변호사의 상황은 불과 이틀 만에 급변했다. 후보로 확정된 조 변호사가 과거 '아동 성범죄 변호' 등 다수 맡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 어떤 피의자든 변호할 수는 있지만, 변론 내용에 있어서 '2차 가해'성 내용이 있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그는 2018년 당시 10살이던 피해 아동 성폭행범을 변호하며 "피해 어린이가 성병에 걸린 것은 다른 성관계 때문일 수 있다"며 아이의 아버지가 성병을 옮겼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변호사는 결국 후보 등록 마감일인 22일 새벽,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박 의원과 조 변호사의 경선 결과를 전하며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겠다"고 강조한 이 대표의 바람과는 다르게 '강북을 공천 잔혹사'가 계속 이어진 셈이다. 민주당은 고작 반나절 만에 새로운 후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무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재명 대표는 서울 강북을 후보로 '친명'으로 분류되는 한민수 대변인을 전략 공천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벼락 공천'을 받은 한 대변인도 공천이 결정되자마자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한 대변인이 기자 시절 썼던 '벼락 공천 비판' 칼럼 내용이 공개되면서다.
그는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절인 2016년 4월 6일 '황당한 선거구'라는 칼럼에서 서울 송파갑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최명길 후보를 향해 "최 후보는 갑자기 나타났다. 최 후보는 당초 대전 유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당내 경선까지 치렀다. 경선에서 지자 당 지도부는 곧바로 그를 송파을에 전략 공천했다"며 "하루아침에 날아온 최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 골목 번지수나 알고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하루 아침에' 공천을 받은 한 대변인 자신에게 과거 자신이 한 말을 돌려주게 된 셈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도 "강북을 공천이 코미디가 됐다"는 자조가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하루 만에 후보 등록 서류는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이냐"며 "박용진을 찍어내기 위해 무리한 공천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