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여행 명소 탐방, 여기는 꼭 가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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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좋은 것을 왜 이곳에 오기 전까지 알지 못했을까? 커다란 자연의 품에 안겨 비로소 작은 생명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곳, 김천에서 본 풍경들.
S#1. 국립김천치유의숲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갈 때쯤이면 스멀스멀 의문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거…정말 치유되는 거 맞아?’ 수도산 자락 높은 곳에 자리한 국립김천치유의숲으로 가는 길이 만만할 리 없다. 막상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도 한산해 보이는 마을길을 올라야 한다.‘어디에서 치유의숲이 시작되는 거지?’ 하는 순간, 문득 자작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한 줌 바람이 불어도 기분 좋은 일이거늘, 구태여 뭔가를 찾으려 했던 시간을 꾸짖는 소리 같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국립김천치유의숲은 자작나무숲, 자생식물원, 숲속교실 등 규모가 크고 둘러볼 것이 많아 넉넉한 시간을 잡고 가야 여유롭게 둘러보는 여행지다. 식물원은 건물이 아니라 자생 식물들 쪽에 표지판을 세워 표시해둔 곳, 숲속교실 역시 큰 돌에 삼삼오오 앉아 숲해설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방문자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숲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방문은 자연에겐 귀찮은 일일 터. 고요한 숲을 내어준 산에게 고마워할 일이다.
자작나무숲을 걷다 보면 나무에 뭔가를 새겨놓은 방문자들의 흔적이 보인다. 나무에 이름을 새겨 넣는다고 그 사람이,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을 해치는 일은 그만해주었으면 좋겠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길 1237-89
S#2. 청암사
치유의숲과 멀지 않은 수도산 자락에 자리한 청암사는 이름만큼 청아하고 고요한 바위를 닮은 산사다. 직지사(直指寺)의 말사로, 산속에 폭 안겨 있어 한적함이 더하다. 언덕에 나 있는 돌계단을 하나하나 오르고, 흐르는 물소리가 울려 퍼지는 개천 위 극락교를 지나면 절을 찾은 이들을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커다란 보리수나무다.나무 옆에 자리한 낙수받잇돌에는 ‘삼소천(三笑泉)’이라 새겨져 있고, 물 위에는 낙엽 하나가 운치 있게 떠 있었다. 더 안쪽으로는 푸른색 기와를 얹은 대웅전과 수수한 크기의 다층석탑이 있고, 대웅전 옆으로 부처님 경전을 공부하는 단아한 한옥의 승가대학이 보인다. 무엇 하나 내세우는 것 없이 조용히 자리해 있으니, 극락교를 건너 돌아가는 길에 기운차게 흐르는 개천의 물소리가 아주 오랫동안 귓가에 들린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2길 335-48
S#3. 부항댐출렁다리
김천의 명물, 부항댐출렁다리 주변으로는 덱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걷기 좋은 공원을 형성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자에게 역시 문제는 저 높고 출렁거리는 다리일 터. 그러나 웅장한 출렁다리와 산과 호수의 절경을 눈앞에 두고 이 다리를 건너지 않기란 더 힘들다.잔잔한 호수에 바람이 일어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고, 호수를 둘러싼 매봉산의 푸른 풍경을 눈에 담다 보면 다시 한 번 오리라 결심하게 된다. 산이 붉게 물들 11월의 출렁다리를 걷는 일은 더 멋지겠구나, 생각하면서.
▶경북 김천시 부항면 신옥리 121
S#4. 김천자산동벽화마을
오래된 마을의 벽에 정겨운 그림을 그려넣은 벽화마을은 골목골목 거닐면서 그림을 찾아가는 재미난 여행지다. 김천자산동벽화마을은 자산공원을 중심으로 경사진 터에 자리한 마을로, 차를 타고 온 여행자라면 김천의료원 옆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편하게 벽화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꼬리는 반갑다고 흔드는 주제에 낯선 사람 왔다고 우렁차게도 짖어대는 강아지가 있고, 검은 고양이가 유난히도 눈에 많이 띄는 아기자기한 동네다. 벽화마을 주변에는 카페 여럿이 자리하고, 용암사거리 쪽으로 걸어나가면 아랫장터를 중심으로 맛있는 가게들이 곳곳에 있어 허기진 배를 달래기 좋다.
▶경북 김천시 자산동 일대
S#5. 김천녹색미래과학관
김천혁신도시에 자리한 김천녹색미래과학관에 도착하자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치듯, 김천을 찾은 꼬마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과학관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출구로 나가려던 아이는 못내 아쉬운지 자신이 안 가본 곳이 있을까 싶어 팸플릿에 코를 박고 확인하고 있었다. 팔찌로 된 입장권이라 나갔다가 다시 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자못 심각한 아이에게 결국 말 한 번 걸지 못했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이곳 과학관은 기후변화관, 그린에너지관, 녹색미래관 등으로 나눠진 전시공간에서 자연의 원리와 기후변화에 관한 문제를 흥미로운 영상과 자료, 체험 기구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찾기 좋은 여행지다.
‘자연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을 배신하는 것은 항상 우리다’라는 프랑스 사상가이자 작가인 장 자크 루소가 한 말이 기후변화관 오렌지색 벽에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아이보다 어른들이 먼저 와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경북 김천시 혁신6로 31
S#6. 직지사
황악산에 위치한 직지사는 사명대사가 출가한 곳으로 유명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답게 대지가 넓고 둘러볼 것이 많아 여행자가 많이 찾는다.석조약사여래좌상, 대웅전 수미단, 대웅전 삼존불탱화를 비롯한 보물 여러 점이 절 안에 있고, 1000개의 불상을 모시고 있어 천불전이라고도 불리는 비로전 옆에는 수령 500년이 넘었다는 수려한 측백나무가 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소원을 적은 알록달록한 등들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려 있어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그 모습을 한가로이 보고 있으면 굳이 내 소원을 빌지 않아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경북 김천시 대항면 직지사길 95
S#7. 사명대사공원
김천에는 왜 이토록 멋진 공원이 많은 걸까. 해가 저물 무렵부터 붉은빛을 발하고 있는 사명대사공원의 랜드마크 ‘평화의탑’은 어느새 김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황룡사 9층 석탑을 빼닮은 41m 높이의 탑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목탑이다.탑의 1층에는 탑을 짓기까지의 과정과 사명대사의 발자취를 담은 시각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 살펴볼 수 있다. 너른 연못이 탑이 선 밤하늘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 더욱 황홀한 시간. 빛을 내뿜는 평화의탑을 바라보며 호젓한 밤산책을 즐겨보자.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사이로 바라보이는 한낮의 평화의탑도 물론 좋지만.
▶경북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94-3
S#8. 직지문화공원
사찰 주변의 무질서한 개발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공원을 지어 시민에게 돌려주기로 하고 탄생한 곳이 바로 직지문화공원이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직지천의 계류를 원형대로 보존해 지어진 공원에는 전 세계 조각가 작품 57점과 국내 시인의 시 20편이 새겨진 비석이 자리해 드넓은 미술관에 온 듯하다.인근에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과 백수문학관이 있어 같이 둘러보기 좋다. 백수문학관은 김천에서 태어난 정완영 시인을 기리는 곳이다. 아름다운 동시집을 많이 남긴 그의 시들이 직지문화공원을 걸으며 한 절씩 떠올라 더욱 좋았다.
▶경북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