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쇼케이스 의식한 문동주 1회에만 4볼넷 난조…최고 구속 155㎞
구속 낮춘 2회엔 삼자범퇴 호투…큰 경험 쌓았다
류현진이 150㎞ 던지지 말랬는데…문동주, 아쉬웠던 강속구쇼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최근 팀 후배 문동주에게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참가를 위해 대표팀으로 떠나는 문동주에게 "시속 150㎞ 이상의 직구를 던지면 혼낼 것"이라고 했다.

문동주는 지난해 4월 KBO리그에서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시속 160㎞대 강속구를 던진 국내 최고의 강속구 투수다.

그런 문동주에게 강속구를 던지지 말라는 것은 다소 이해가 안 됐다.

류현진의 조언엔 깊은 뜻이 있었다.

문동주는 먼 미래 MLB 진출을 꿈꾼다.

평소 선망하던 MLB 선수들을 직접 상대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한 투구를 할 수 있다.

무리한 투구는 경기를 망치고 부상 위험이 따른다.

MLB에서 성공한 류현진은 처음 빅리거들을 상대하는 문동주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류현진이 150㎞ 던지지 말랬는데…문동주, 아쉬웠던 강속구쇼
문동주도 류현진의 조언을 깊게 새겼다.

그는 16일 국내 취재진을 만나 "부상 위험이 생길 수 있으니 류현진 선배의 조언을 따라서 150㎞ 이상의 공을 던지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LB 관계자들이 보고 있다는 의식 때문이었을까.

문동주는 류현진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샌디에이고와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1회말 샌디에이고 선두 타자 산더르 보하르츠를 상대로 던진 초구부터 시속 151㎞가 찍혔다.

그러나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티가 물씬 났다.

문동주는 보하르츠를 상대로 볼 4개를 내리던졌다.

후속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도 볼 2개를 던진 뒤 볼넷을 또 내줬다.

끝이 아니었다.

문동주는 제이크 크로넨워스까지 볼넷을 허용했다.

세 타자 연속 볼넷.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문동주는 매니 마차도를 루킹 삼진으로 잡았지만, 구속은 줄어들지 않았다.

1사 만루 위기에서 후속 타자 김하성에겐 154㎞ 직구를 던졌다.

김하성 타석 때 폭투까지 범해 첫 실점 했다.

김하성을 내야 뜬공으로 잡았지만 유릭슨 프로파르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프로파르에게 던진 네 번째 공은 155㎞가 찍혔다.

문동주는 루이스 캄프사노를 삼진 처리했지만 1회에만 볼넷 4개를 허용하는 등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였다.

류현진이 150㎞ 던지지 말랬는데…문동주, 아쉬웠던 강속구쇼
1회를 마친 문동주는 정신이 바싹 든 듯했다.

2회엔 류현진의 조언을 따랐다.

강속구보다는 변화구 위주로 볼 배합을 했고, 제구에 신경을 썼다.

그는 타일러 웨이드를 좌익수 뜬공, 잭슨 메릴을 유격수 뜬공, 보하르츠를 1루 뜬 공으로 처리했다.

삼자범퇴. 문동주는 그제야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웃음기 넘치는 얼굴로 마운드에서 내려오다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느낀 것이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의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가 이렇게 한 계단 더 성장했다.

문동주는 0-1로 뒤진 3회 공을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에게 넘겼다.

2이닝 4볼넷 2탈삼진 1실점. 문동주가 거둔 성적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