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의 보이지 않는 손…스릴러 영화 '댓글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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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여론 조작의 미궁에 빠져드는 기자 이야기
오늘날 사회를 움직이는 여론의 중심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사이버 공간이라고들 한다.
이런 곳에서 만들어진 가짜 뉴스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안국진 감독의 신작 '댓글부대'는 우리 사회의 여론이 형성되는 사이버 공간을 누군가가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의심을 제기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다.
창경일보라는 이름의 신문사 사회부 기자 상진(손석구 분)이 공공기관 입찰 사업을 취재하다가 대기업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진은 특종 기자가 되는 듯했지만, 그의 기사가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면서 하루아침에 오보를 낸 기자로 몰려 징계받는다.
SNS에선 그를 '기레기'로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넘쳐난다.
명예를 회복하려고 혈안이 된 상진에게 의문의 제보자가 접근한다.
'찻탓캇'이라는 온라인 아이디로 불리는 이 남성(김동휘)은 상진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 '팀알렙'이란 이름을 가진 댓글부대의 공작이라며 그 실체를 알려줄 테니 기사를 써달라고 제안한다.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하면 정의감에 찬 기자가 거대한 불의의 세력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상상하기 쉽지만, '댓글부대'는 그런 예상을 깨뜨린다.
상진이라는 캐릭터부터 그렇다.
그는 정의감보다는 공명심으로 가득한 인물로, 보통 사람이 우러러볼 만한 히어로는 아니다.
상진은 공명심을 만족시키려고 특종을 갈구하고, 졸지에 '기레기'로 몰리고 나서는 어떻게든 명예를 되찾으려고 발버둥 친다.
그러나 마치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그가 발버둥 칠수록 더 깊숙이 거대한 음모에 엮여 들어간다.
관객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100%의 진실보다 진실이 섞인 거짓이 더 진실 같다"는 대사처럼, 영화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릿한 미스터리를 관객 앞에 내놓는다.
이 점은 사이버 공간을 지배하는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한다.
관객은 그것이 무엇인지 결국 알지 못하지만, 정체 모를 그 무엇에 대해 서늘한 느낌을 품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손석구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는 이기적이고 냉소적이면서도 무엇에 홀린 듯 미궁에 들어서는 상진이라는 캐릭터를 스크린에 재현해낸다.
팀알렙 멤버인 찻탓캇, 찡뻤킹, 팹택 역을 맡은 김동휘, 김성철, 홍경의 연기 조합도 자연스럽다.
이들은 익명의 사이버 공간에 매몰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자기성찰의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빠르게 전환하는 SNS 화면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아다니는 이미지인 '밈'의 영상으로 예측불허의 사이버 공간을 그려낸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의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덕인지 영화도 긴장감이 흐트러지지 않는 느낌이다.
안 감독이 장편 데뷔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안 감독은 꿈 많은 젊은 여성의 삶이 망가지는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그려내면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흥행하진 못했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안 감독은 충무로의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사실적인 스타일의 '댓글부대'는 판타지 요소를 가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느낌이 사뭇 다르지만, 날카로운 사회적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연장선에 있다.
안 감독은 '댓글부대'에 대해 "재미있는 음모론으로 가득한 인터넷 게시물 같은 영화"라며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27일 개봉. 109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이런 곳에서 만들어진 가짜 뉴스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안국진 감독의 신작 '댓글부대'는 우리 사회의 여론이 형성되는 사이버 공간을 누군가가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의심을 제기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다.
창경일보라는 이름의 신문사 사회부 기자 상진(손석구 분)이 공공기관 입찰 사업을 취재하다가 대기업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진은 특종 기자가 되는 듯했지만, 그의 기사가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면서 하루아침에 오보를 낸 기자로 몰려 징계받는다.
SNS에선 그를 '기레기'로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넘쳐난다.
명예를 회복하려고 혈안이 된 상진에게 의문의 제보자가 접근한다.
'찻탓캇'이라는 온라인 아이디로 불리는 이 남성(김동휘)은 상진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 '팀알렙'이란 이름을 가진 댓글부대의 공작이라며 그 실체를 알려줄 테니 기사를 써달라고 제안한다.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하면 정의감에 찬 기자가 거대한 불의의 세력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상상하기 쉽지만, '댓글부대'는 그런 예상을 깨뜨린다.
상진이라는 캐릭터부터 그렇다.
그는 정의감보다는 공명심으로 가득한 인물로, 보통 사람이 우러러볼 만한 히어로는 아니다.
상진은 공명심을 만족시키려고 특종을 갈구하고, 졸지에 '기레기'로 몰리고 나서는 어떻게든 명예를 되찾으려고 발버둥 친다.
그러나 마치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그가 발버둥 칠수록 더 깊숙이 거대한 음모에 엮여 들어간다.
관객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100%의 진실보다 진실이 섞인 거짓이 더 진실 같다"는 대사처럼, 영화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릿한 미스터리를 관객 앞에 내놓는다.
이 점은 사이버 공간을 지배하는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한다.
관객은 그것이 무엇인지 결국 알지 못하지만, 정체 모를 그 무엇에 대해 서늘한 느낌을 품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손석구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는 이기적이고 냉소적이면서도 무엇에 홀린 듯 미궁에 들어서는 상진이라는 캐릭터를 스크린에 재현해낸다.
팀알렙 멤버인 찻탓캇, 찡뻤킹, 팹택 역을 맡은 김동휘, 김성철, 홍경의 연기 조합도 자연스럽다.
이들은 익명의 사이버 공간에 매몰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자기성찰의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빠르게 전환하는 SNS 화면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아다니는 이미지인 '밈'의 영상으로 예측불허의 사이버 공간을 그려낸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의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덕인지 영화도 긴장감이 흐트러지지 않는 느낌이다.
안 감독이 장편 데뷔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안 감독은 꿈 많은 젊은 여성의 삶이 망가지는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그려내면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흥행하진 못했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안 감독은 충무로의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사실적인 스타일의 '댓글부대'는 판타지 요소를 가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느낌이 사뭇 다르지만, 날카로운 사회적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연장선에 있다.
안 감독은 '댓글부대'에 대해 "재미있는 음모론으로 가득한 인터넷 게시물 같은 영화"라며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27일 개봉. 109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