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차출에 지역 보건지소 공백, 의료 취약지 '아슬아슬'
환자 못 받는 병원 손해도 '눈덩이'…부산대병원 100억대 적자
의대 교수도 집단행동 '초읽기'…대학마다 사직서 제출 논의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 재학생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

장기간 자리를 비운 전공의를 대신해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이 투입되면서, 의료 공백 사태는 의료 취약지역 보건지소들로 확산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진료 차질 탓에 병원도 커져만 가는 재정적 손해를 남은 의료진, 직원과 함께 떠안고 있다.

◇ 의대 교수 집단사직 '초읽기'
제주지역 유일 국립대병원의 핵심 의료진인 제주대 의대 교수들은 15일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283명 중 165명이 교수급이고 108명은 전공의, 나머지는 전임의 신분이다.

특히 교수급 165명 중 127명이 의대 소속으로 대학 총장으로부터 겸직 허가를 받아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공의 108명 중 101명이 이탈한 상황에서, 교수급 의사들까지 빠진다면 제주대병원은 사실상 운영할 수 없게 된다.

경상대 의대 교수회는 지난 14일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정부 제재에 반발해 집단사직을 결정했다.

이곳 교수는 창원과 진주 두 곳을 합쳐 260명 수준이다.

사직서 제출 시점은 조만간 투표를 거쳐 정할 방침이다.

경상대 의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는 이상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도 집단행동 '초읽기'…대학마다 사직서 제출 논의
충북대 의대·충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도 소속 교수 240여 명을 대상으로 집단사직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140여 명이 설문을 마쳤는데, '참여' 쪽이 우세하다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최종 결과는 내주 초 발표된다.

전북대 교수들은 전체 207명 가운데 155명이 자체 설문조사에서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다.

설문에는 188명이 참여했다.

교원이 아닌 진료만 전담하는 임상 교수요원은 96%가 사직서 제출 의견을 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은 119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102명 중 97.1%인 99명이 전공의와 학생에게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사직서 제출 등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건양대병원 교수들도 정부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전체 142명 중 92명이 사직 등 적극적인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주대, 동아대, 강원대, 한림대, 순천향대, 단국대, 전남대, 조선대, 울산대 등 전국의 지역 의대 교수들도 자발적 사직서 제출 또는 대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의대 교수도 집단행동 '초읽기'…대학마다 사직서 제출 논의
◇ 커지는 의료 공백·쌓이는 병원 손실
이탈한 전공의들의 장기간 미 복귀, 이를 메우기 위한 공보의 차출로 의료 공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남에서는 공보의 17명이 차출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5곳에 배치됐다.

이들 공보의 대다수가 군 단위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한 만큼 경남도는 의료 공백 사태를 막고자 순회진료 확대, 원격진료 지원 등에 나섰다.

강원도는 소아 진료 공백을 방지하고자 공공의료 분야의 진료 기능을 보강했다.

속초의료원과 영월의료원은 평일 오후 11시까지 소아 진료를 운영 중이고, 지난달 말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도 소아 야간·휴일 진료 사업에 참여했다.

공보의 차출로 진료가 중단된 전남지역 '1인 의사' 보건지소들도 연일 의료 공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전국의 대학병원 등으로 차출된 전남지역 공보의는 23명인데, 도내 22개 시·군 보건지소는 의사 1명이 근무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공의 집단 이탈을 사태 초기부터 감당해온 대학병원의 재정 손실도 커지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주부터 병원 보유금을 유지하기 위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수술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고 병상 가동률도 40∼50% 이하로 떨어지면서 부산대병원은 이번 달에만 100억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동아대병원은 지난 12일부터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등 전 직원 2천200여명에 대해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70여 명이 신청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병영 경영이 어려워진 데다가 환자 수와 수술 건수가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무급 휴가를 시행하고 있다"며 "아직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태현 김솔 나보배 박성제 박세진 박정헌 박주영 백나용 손현규 이성민 정회성 허광무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