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실효성 필요"
근로자들 대피시켜 징계받은 노조지회장 내달 파기환송심 선고
작업장 근로자들을 대피시킨 노동조합 지회장에 대해 회사가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대전고법에 돌려보낸 사건의 최종 선고가 내달 내온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인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전고법 제2민사부(문봉길 부장판사)는 조모(50)씨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 기일을 내달 4일 오후 2시로 잡았다.

A사 측은 14일 열린 결심 재판에서 "전체 근로자가 아닌 조씨 개인의 작업장 무단이탈에 대해 복귀명령을 내린 것이고, 이를 따르지 않아 징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조씨 측은 "노조 지회장으로서 관행적으로 타임오프를 쓴 뒤 사후 승인을 받아왔음에도 징계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반박했다.

2016년 7월 26일 오전 8시와 9시 30분께 세종시 부강산업단지 내 한 공장에서 황화수소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 티오비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소방본부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하라'고 방송했다.

반경 500m∼1㎞ 거리의 마을 주민들에게도 창문을 폐쇄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하도록 이장들을 통해 안내했다.

A사 작업장은 사고 지점에서 200m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조씨는 다른 공장 근로자로부터 사고 사실을 듣고 소방본부에 전화해 상황을 파악한 뒤 다른 근로자들에게 대피를 지시했다.

이에 총 28명의 조합원이 작업을 중단하고 작업장을 이탈했다.

이후 조씨는 7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조씨가 조합원들과 함께 작업장을 무단으로 이탈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조씨는 2017년 3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2심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징계 사유가 있고 징계 양정도 적당하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작업중지권 행사의 요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의 판단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산업안전보건법 52조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사업주가 이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날 대전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 권리이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라며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노동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작업중지권이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고 작업중지권의 확대를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1만3천여명의 노동자들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