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없어 허전한 신도림 휴대폰 성지의 모습/사진=유지희 기자
손님이 없어 허전한 신도림 휴대폰 성지의 모습/사진=유지희 기자
"전환지원금이요? 오늘부터 시행이라고 하는데 공지 받은 게 없네요."

정부가 통신사를 이동할 경우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끔 한 첫날인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휴대폰 집단상가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A씨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확정 금액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나온다는 얘기만 들은 상황"이라며 "이통사별로 회의해서 전환지원금을 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손님들이 여기('성지')를 찾는 이유는 대부분 비공식적 지원금 때문인데, 사실 전환지원금이란 게 기존 지원금에서 이름만 바뀐 거라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 "기존 '지원금'이랑 뭐가 다른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방문한 신도림 휴대폰 상가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3월 신학기는 보통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지만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합법적으로 최대 5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첫 날이지만,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통하는 '성지'에서도 특별히 달라진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고시 개정안을 의결해 전환지원금 제도를 도입했다. 통신사를 변경하면 현행 공시지원금, 추가지원금에 더해 별도의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 혜택을 늘린다는 취지로 예상보다 빠르게 도입했으나 제대로 된 고지조치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휴대폰 판매점뿐 아니라 공식 대리점도 전환지원금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대리점 직원 B씨는 "오늘 문의는 많이 왔으나 본사에서 아직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며 "전환지원금을 일괄 지급하는지 고객이 직접 신청하는 건지도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SK텔레콤 대리점 직원 C씨도 "통신 3사끼리 조율이 늦어지는 걸로 보여서 당분간 보류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직영점이라 팀 단위, 본부 단위로 지침이 내려오는데 아직 들은 게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KT 대리점 직원도 "공지가 따로 나온 게 없어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통신사 대리점도 "손님은 물어오는데… 답답"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제시한 연내 5세대(5G) 가입자 1200만 달성 목표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제시한 연내 5세대(5G) 가입자 1200만 달성 목표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정책 변경시 공식 대리점의 경우 직영과 개인 구분 없이 전산시스템을 통해 내용이 일괄 고지된다. 신도림과 같은 개인 판매업자의 경우 정오 전후로 이메일과 개인 SNS를 통해 변경 사항을 전달받고 있다. 개인 판매업자의 유통사가 공식 대리점을 운영하는 사장일 경우 사장을 통해 변경 사항을 통보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전환지원금 제도 시행에도 지급 기준과 금액을 정하는 통신 3사에서 별도 입장이 없다 보니 공식 대리점과 개인 판매업자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이에 대해 통신 3사 관계자는 "입법예고일이 20일에서 12일로 단축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건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각 사가 단계적으로 준비하며 협의 중이기 때문에 당장 오늘, 내일 안에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환지원금이 본격 도입된다 해도 업계에선 이 지원금이 기존에 음성적으로 제공하던 지원금과 별다를 게 없다고 봤다.

신도림 휴대폰 집단 상가 입구에 위치한 판매점 직원 D씨는 "전환지원금이라는 게 원래 해주던 불법 지원금에서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라면서 "여기서 지급하던 불법 지원금이 전환지원금이 되는 형식이니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판매점 사장 E씨도 "원래는 불법이었던 걸 합법으로 해주는 개념이라 별로 의미가 없는 얘기"라며 "전환지원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휴대폰 성지 지원금에 공시지원금까지 더해 '공짜폰' 아닌 핸드폰이 없게 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