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신도림 테크노마트 가보니…상인들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첫날…지원금 없지만 '공짜폰' 있었다
14일 오전 휴대전화 판매점이 몰려 있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전화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50만원까지 '합법적으로' 줄 수 있게 된 첫날이지만, '성지'로 불리는 이곳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직원들은 "찾는 제품이 있으세요", "고객님", "어떤 기종 보세요" 등을 외치며 모객에 나섰고, 드문드문 보이는 손님들은 진열대를 스캔하며 원하는 가격대를 맞춰줄 수 있는 점포를 찾고 있었다.

삼성전자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의 경우 점포 여러 곳을 돌아본 결과 번호이동 기준으로 공짜폰부터 많게는 18만원까지 단말기 가격이 형성됐다.

이는 이동통신사에 따라 최대 48만∼50만 원까지 주는 공시지원금과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최대 15%)을 더한 금액이다.

불법 보조금(리베이트)을 많이 주는 점포 중에서는 제휴카드 발급 시 '차비' 명목으로 웃돈 10만 원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국내 출시 5개월이 지난 애플의 아이폰15 기본형도 기깃값 0원, 즉 '공짜폰'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전환지원금을 주는 점포는 없었는데, 이통사들과 제조사간 정책 협의가 진행 중인 데다 지원금 반영을 위한 전산 작업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전환지원금이 지급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눈치였다.

한 판매점에 근무하는 이 모 씨는 "신도림에서는 어딜 가도 저렴하지 않냐"며 "아직 (전환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곳에서 점포를 3∼4년 운영했다는 이 모 씨도 "애매하다"며 (다양한 정책이 있었지만) 한 번도 극적으로 요금제가 바뀌고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유통망 안에서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 거론된 일부 성지에서는 번호이동으로 갤럭시 S24 기본형을 구매할 때 차비 15∼3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테크노마트에서 멀지 않은 영등포구 일대에 있는 대리점·판매점에서는 기깃값으로 50만∼6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앞서 단통법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 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에 따른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 제정안과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 기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성지로 불리는 일부 유통업체에 판매장려금 형태로 지급되던 불법 보조금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해석이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