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투하' 구호품…머리 위에 떨어져 결국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공중에서 투하한 구호품의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아 주민 5명이 이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 오전 가자 북부 알샤티 난민촌에 공중 투하된 구호품이 낙하산 고장으로 추락해 이를 받으려던 주민 5명이 숨지고 10명가량이 다쳤다고 미국 CBS 방송과 영국 BBC 방송, AFP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자 보건부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알샤티 난민촌에 투하된 구호품 중 하나에 부착된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아 구호품을 받으려던 주민들 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당시 사고를 목격했다는 무함마드 알굴(50)은 "밀가루 한봉지라도 얻으러 남자 형제와 함께 공중 투하된 구호품 쪽으로 가는데 갑자기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은 채 주택 한 곳의 지붕 위로 로켓처럼 떨어졌다"고 말했다.

CBS는 사망자 5명 가운데 2명은 소년 2명이라고 전했다. 부상자들은 30대∼50대로 알려졌다. 사상자들은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이 병원 응급실 수간호사 무하마드 알셰이크가 AFP에 말했다.

사고 모습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C-17 수송기 한 대가 알샤티 난민촌 상공에서 구호품을 투하하는데 대부분은 낙하산이 잘 펼쳐진 상태로 내려왔지만 하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통제되지 않은 채 떨어진다.

BBC방송은 해당 영상을 분석한 결과 진본이 맞으나 영상 속 상황이 이번 사망 사고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어느 국가에서 투하한 구호품이 사고를 일으켰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과 요르단은 자국군 수송기가 투하한 구호품은 이번 사고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일간 미국, 요르단, 이집트,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가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을 공중투하 해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요르단 공군과 합동으로 가자지구 구호품을 공중투하 했다고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투하된 구호품이 모두 안전하게 지상에 착륙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요르단군 소식통도 "해당 작전에 참여한 왕립공군 항공기 4대는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는) 결함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고 AFP에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다섯 달 가까이 이어져 육로를 통한 구호품 수송이 어려워지자 국제사회는 식량과 의료용품 등 구호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충분한 물량을 전달하기에 어렵고 낙하산이 잘못 떨어질 경우 사람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