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제공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 임원 내정과 조직 개편 관련 소식이 한 주 내내 이어졌다. 임원 내정 소식과 관련해서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카카오 쇄신 의지를 향한 의구심으로 번지기도 했다. 조직 구조 개편 방향이 공개되면서 '정신아 리더십'이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겸 쇄신태스크포스(TF)장 내정자는 지난주 진행된 임직원 온·오프라인 간담회 '오픈톡'에서 새로운 임원 내정자와 조직 개편 방향성 등을 공개했다. 오픈톡에서는 임원 내정자와 조직 구조 개편 방향 등이 구성원들에게 공유됐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은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카카오 CTO로 내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정 전 CTO 내정 소식과 함께 카카오뱅크 '먹튀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정 전 CTO는 2021년 카카오뱅크가 상장된 지 3거래일 만에 보유주식을 매도해 76억여원의 차익을 거뒀다. 당시 정 전 CTO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임원진 등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총 900억원대 차익을 냈다. 9만1000원으로 정점을 달리던 주가는 임원진들의 대량 매도 이후 꺾이기 시작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전 CTO가 카카오 CTO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쇄신 의지가 있는 것이냐", "회전문 인사다"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더군다나 카카오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는 정 전 CTO 관련 논란을 회의 안건으로 올릴지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선 '의도된 프레임'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오픈톡 이후 정 전 CTO 내정 사실과 먹튀 사태 당사자였다는 사실이 함께 알려져서다. 그러나 먹튀 사태 당시에도 정 전 CTO는 다른 임원진과 함께 논란의 당사자로 수차례 언급됐다. 임원 내정 소식에 먹튀 논란이 딸려나올 여지가 충분한 상황으로 풀이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 전 CTO를 둘러싼 논란은 쇄신TF장을 맡는 정 내정자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강조해 왔던 쇄신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 정 전 CTO는 이후 2022년 10월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카카오뱅크 자사주 5330주를 장내 매수한 바 있다.
사진= 카카오뱅크 제공
사진= 카카오뱅크 제공
다른 임원들도 인사 이동이 예고된 상태다. 양주일 현 카카오톡부문장을 신규 조직이 될 콘텐츠CIC(사내독립기업) 대표로 내정했다. 콘텐츠CIC는 다음CIC를 개편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또 황유지 다음CIC 대표는 AI 사업을 담당할 신설 조직 부문장을 맡게 된다.

조직은 여러 직책으로 분산된 관리자들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다만, 카카오 측은 임원 내정·조직 개편 모두 오픈톡을 통해 방향성을 공유한 것일 뿐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카카오는 "조직 구조를 단순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의사결정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성을 갖춘 젊은 리더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업무 몰입도·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한다는 취지다.

정 내정자는 오는 28일 열리는 카카오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대표 선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