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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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종종 벌어지는 촌극이 있다. 한 기업에 호재 또는 악재가 터지면 이름이 비슷한 기업도 그 영향을 받는 것이다. 최근 금양이 '4695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히자 '금양그린파워'에 투자자가 몰려갔다. 금양그린파워를 금양 그룹사로 착각한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묻지마 투자'는 손실 위험성이 크기에 주의가 요구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금양의 주가는 24.8% 올랐다. 새 배터리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에 불이 붙었다. 당시 금양은 '4695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4695 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95㎜인 원통형 배터리다. 금양은 이 배터리가 테슬라의 '4680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배터리 팩 생산성을 31%가량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호재성 소식에 때아닌 특수를 누린 기업이 있다. 금양그린파워다. 금양그린파워의 주가는 금양이 배터리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2거래일간 24% 급등했다. 1만원선을 오가던 주가가 특별한 호재 없이 1만2410원까지 뛴 셈이다. 지난 4일 3만5675주에 불과했던 일일 거래량도 5일엔 160만9669주, 전날엔 414만858주로 수십~수백 배 폭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상 큰 이슈가 없는데, 주가가 급등한 게 의아하다"고 밝혔다.

조용했던 금양그린파워의 포털 종목 토론방도 떠들석해졌다. 한 누리꾼은 "금양이랑 금양그린파워와 헷갈려서 주가 오르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은 "금양이 호재 발표했을 때, 금양그린파워 사는 사람이 진짜 고수"라며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금양은 5.19% 하락했고, 금양그린파워는 15.87%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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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업체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회사다. 금양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돼있다. 금양은 발포제 전문 회사다. 발포제는 자동차 내장재 상품 포장재 등에 활용된다. 1955년 설립 당시 사명은 금북화학공업이었고, 1978년 금양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최근엔 원통형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어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금양그린파워는 작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건 2021년이다. 1995년 창립 당시 사명은 금양산업개발이다. 이 회사는 금양과 달리 전기공사 전문업체다. 국내외 화공·산업 플랜트에서 전기공사 사업을 수행한다. 최근엔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이름을 헷갈려 엉뚱한 곳에 자금이 몰리는 일은 때때로 발생한다. 작년 말 대동은 포스코와 첫 공급계약 소식을 전했다. 당시 이름이 비슷한 대동전자, 대동스틸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사실 대동전자, 대동스틸과 대동은 지분·사업적 관계가 없다. 지난해 11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했을 때도 이름이 비슷한 BGF에코머티리얼즈의 거래량이 폭증하고, 주가가 급등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이처럼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동떨어진 '묻지마 베팅'은 위험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 이름이 비슷한 두 회사가 관계없다는 사실이 퍼지면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또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에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짙었단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앞선 사례를 보면 외국인과 기관의 물량을 개인 투자자가 받아냈다. 주가는 이내 원점으로 돌아와 투자 피해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가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