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앞다퉈 고객 맞춤형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양해진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고, 신규 고객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당근마켓’ ‘낚시 동호인’과 같은 특정 업체나 산업, 취미 등을 노린 ‘핀셋 마케팅’이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취향 저격 상품 봇물

당근 카드·농심 통장…은행 '특화상품' 전쟁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당근마켓과 함께 ‘당근체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국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한 당근마켓과 손잡고 신규 고객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당근머니 사용 고객을 늘리려는 당근마켓의 마케팅 전략과도 맞물린다.

당근카드는 하나은행 입출금 계좌를 통해서만 발급할 수 있다. 해당 카드로 자신이 설정한 동네 가맹점에서 결제 시 결제 금액의 3%를 당근머니로 적립해준다. 쌓인 당근머니는 동네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당근마켓에서 거래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브랜드 저금통’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일엔 농심과 함께 ‘저금통위드(with)농심’을 내놨다. 저금통은 계좌 내 1000원 미만 잔돈을 최대 10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는 소액 저축상품이다. 저금 횟수에 따라 짜파게티, 너구리 등 농심 대표 상품을 살 때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 카카오뱅크도 세븐일레븐, 오뚜기, 맥도날드 저금통을 통해 누적 계좌를 150만 개까지 늘렸다.

○‘덕후 카드’ 전성시대

고객들의 취미 생활을 노린 특화 카드도 많아지고 있다. 수협은행은 7일 ‘낚시카드’를 선보인다.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낚시 동호인을 겨냥한 상품이다. 낚시카드를 통해 바다낚시를 할 때 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배 승선료를 비롯해 낚시용품 가맹점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다.

응원 구단이 승리할 때마다 우대금리를 주는 프로야구 적금을 운용 중인 신한은행은 토스페이와 함께 이달 제휴 야구장 결제 할인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스폰서십을 맺고 있는 신한은행은 협약 프로야구팀의 구장에서 신한은행 계좌가 연결된 토스페이로 식음류, 굿즈 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일명 ‘축구 덕후(마니아)’를 위해 최근 ‘축덕카드 시즌2’를 내놨다. 5년간 가입자만 26만 명에 달할 정도로 축구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K리그 입장권 구매 시 신용카드는 장당 5000원, 체크카드는 3000원의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종 산업 간 제휴를 기반으로 한 핀셋 마케팅이 갈수록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출마자, 선거 캠프 등을 노린 ‘선거 통장’도 등장했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기존 선거 비용관리 전용 통장을 ‘당선드림통장’으로 이름을 바꿔 선보였다. 선거 자금 입출금시 수수료 등을 면제해주는 대신 연 이자율은 0.10%에 불과하다. 은행으로선 손쉽게 예금을 늘릴 수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