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현역 7명 중 2명만 생존…"국민공천은 사실상 우선추천"
與, '양지' 강남 현역 물갈이…텃밭 5곳엔 '국민공천' 적용
국민의힘이 4·10 총선 공천에서 '양지'로 평가받는 서울 강남 지역 현역들을 잇달아 컷오프(공천배제)했다.

또 강남과 영남 등 텃밭 5개 지역구에는 사실상 전략공천 형식의 '국민공천제'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현역 의원들 생존율이 높은 '조용한 공천'에만 주력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하고 국민공천제 도입으로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 박성중(서울 서초을), 유경준(서울 강남병), 안병길(부산 서·동), 홍석준(대구 달서갑) 등 4명의 현역 의원을 지역구 컷오프하기로 했다.

이로써 여당 현역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강남 지역구 7곳 중 서초갑(조은희)과 송파을(배현진)을 제외한 5곳에서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박성중 의원은 험지로 평가받는 경기 부천을에 전략공천했고, 유경준 의원은 수도권 격전지 위주로 재배치가 검토되고 있다.

강남갑의 태영호 의원은 구로을, 강남을의 박진 의원은 서대문을로 각각 단수공천과 전략공천을 받았다.

공관위는 국민 누구나 여당 후보가 될 수 있는 국민공천을 도입해 텃밭에서도 자연스러운 물갈이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현역 의원이 떠난 강남갑·을을 포함해 현역 의원이 공천을 신청한 대구 동·군위갑(옛 동갑)과 북갑, 울산 남갑 등 5곳에서 국민추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대구 동·군위갑은 류성걸 의원 등 5명이, 대구 북갑은 양금희 의원과 전광삼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이, 울산 남갑은 3선 이채익 의원 등 5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현역 의원도 국민공천 참가를 신청할 수 있지만, 사실상 이들의 공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이 공천을 신청했음에도 '제로 베이스'에서 국민공천을 다시 하는 것 자체가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이 약하다고 공관위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관위는 '공천이 당선'이라는 인식이 있는 텃밭에서 물갈이를 단행해야 '현역 불패' 비판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청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공천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좀 참신한 사람이 오면 더 좋겠다고 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해 보완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험지에 추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국민 사랑을 받아왔던 곳에서 참신한 분들이 공천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공천이 실제 쇄신으로 평가받을 인물을 공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신청자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밀실 공천'으로 '내려꽂기'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공관위는 애초 국민공천 신청자들의 공개 프레젠테이션(PT)을 검토했지만, 오디션 등의 방식은 거치지 않고 신청도 비공개로 받기로 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공개 오디션에 도전했다가 최종 공천되지 못하면 직장이나 본인 사회경력에 여러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면서 "면접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지만 오디션은 하지 않는 것이 정치 신인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천 룰에 없던 국민공천을 신설한 것을 두고 시스템 공천의 균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장 사무총장은 "국민공천은 사실상 우선추천의 한 방법이다.

추천받는 대상을 국민 전체로 넓혔다"며 "신인에게 장벽을 낮췄다는 것 외에는 우선추천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