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한투·대신 '이례적 자본거래' 우려…대형사 책임의식 강조
신평사, 증권사 몸집 불리기 쓴소리…"실질적 자본확충 필요"
최근 일부 증권사가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계열사 간 '이례적 자본거래'로 몸집을 불린 것을 두고, 신용평가사가 무리한 사업 확장은 자칫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쓴소리를 해 눈길을 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5일 '증권사 대형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투자금융그룹과 대신금융그룹의 자본거래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12월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을 각각 23.2%와 4.0% 인수했다.

취득 금액 합계는 총 3조4천억원으로 당시 이 거래로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지분 27.2%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해당 거래 이후에도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 합산 기준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27.2%로 이전과 동일해 카카오뱅크의 주주구성에는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계열사들의 주식 매각이익 관련 배당금·유상증자 자금 유입으로 인해, 별도 기준으로 기존 6조2천억원(2022년 9월 말)에서 8조원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고 나신평은 분석했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10월 대신에프앤아이·저축은행·자산운용 등 5개 자회사로부터 배당금 4천801억원을 받고 다시 4천306억원을 해당 5개 자회사에 출자했다.

이 과정에서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별도 기준 2조1천702억원(작년 9월 말 기준)에서 2조6천503억원으로 이들 자회사의 배당금 유입 총액만큼 늘어나, 추후 약 3천500억원을 추가하면 자기자본 3조원대에 진입 가능해졌다.

이는 증권사의 사업영역과 관련돼 있다.

증권사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을 경우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자격 취득을, 3조원이 넘으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격 취득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신평사는 자기자본의 '질'을 중시한다"면서 "자기자본 증가의 원천 중 가장 좋은 것은 유상증자나 현금성 이익 발생이며, 현금 유입이 동반되지 않은 자기자본 증가는 자본의 질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종투사나 초대형 IB 및 IMA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면 영업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이는 규모의 경제 진전과 수익원 다각화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면서도 "영업 확대는 또 다른 관점에서는 위험투자와 차입금 증가를 의미한다.

실질적인 자본 확충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투자와 차입금이 대폭 늘면 종합적인 재무안정성은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대형 증권사들의 코로나19 팬더믹 기간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판매에 따른 촉발된 마진콜 사태, 최근 급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 등을 거론하며 "최근 들어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그 중심에 증권사가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증권사의 대형화와 사업구조 다변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보완이 필요하다"며 "경제 시스템 내 위상과 힘이 커진 증권사가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깊은 분석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