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선보인 월드코인의 국내 보유자가 5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코인이 국내에서 개인 동의만 있으면 홍채를 수집할 수 있는 현행법의 빈틈을 파고들면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의 홍채 정보를 대가로 시세 85만원에 달하는 월드코인이 지급되면서 내국인의 생체 정보가 급속하게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월드코인 측은 한국에서 3주간 신규 등록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올트먼의 '홍채 코인' 과열…국내 신규지급 잠정 중단

동영상 AI ‘소라’ 공개 뒤 가격 폭등

4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월드코인 보유자는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5만75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빗썸에 상장된 지 7개월여 만이다. 월드코인이 상장된 또 다른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과 코빗의 거래량까지 고려하면 국내 월드코인 보유자는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월드코인은 챗GPT 창시자인 올트먼이 지난해 7월 주도해 만든 암호화폐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면 홍채 정보를 통해 인간임을 인증한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으로 개발됐다. ‘오브’라는 기기를 통해 홍채 정보를 등록하면 월드코인을 지급한다.

지난달 올트먼의 오픈AI가 영상 제작 생성형 AI 서비스인 ‘소라’를 공개한 이후 월드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졌다. 월드코인 가격은 지난 1월 23일 2966원이었지만, 한 달 뒤인 지난달 23일 1만2300원까지 치솟았다. 상승률이 314.7%에 이른다. 현재는 1만1000원대에 거래 중이다. 월드코인의 한국 거래량은 한때 전 세계의 20%를 차지하기도 했다.

홍채 등록을 마치면 월드코인 10개를 우선 받을 수 있다. 월드코인을 수령하고 24시간 후 암호화폐거래소로 보내 현금화가 가능하다. 홍채 정보를 제공하고 약 하루 만에 10만원 이상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이후에는 2주마다 3개씩 총 75개가 지급된다. 온라인에서는 ‘약 100만원 버는 재테크’로 통할 정도다.

“홍채 정보, 본인 확인용으로만 써야”

홍채 정보를 받고 월드코인을 지급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정보 주체(개인)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월드코인 측이 현행법에 저촉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 16조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하는데 월드코인 측의 홍채 수집 목적이 광범위하다는 이유에서다. 월드코인은 인터넷상에서 사용자가 인간이며 고유한 사용자임을 확인하는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집 목적이 모호하기 때문에 위법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이날 월드코인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월드코인 측은 한국에서 홍채 등록을 잠정 중단했다.

홍채와 같은 생체 정보를 더욱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생체 정보는 주민등록번호 등과 달리 문제가 생겨도 바꿀 수 없는 ‘비가역적 정보’이기 때문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홍채 등 생체 정보는 본인 확인용으로 제한해 수집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비트코인은 한때 9100만원을 기록하면서 5일 만에 국내에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미 달러 기준으로는 6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