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안엔, 바다정원 애기동백 훤하고 반달 섬엔 보라가 물들었다.
겨울 신안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 세계에서도 찾아온다.

바다정원에는 눈이불 덮은 애기동백이

전남 신안 다도해 바다정원
전남 신안 다도해 바다정원
다도해 바다정원을 너른 마당 삼은 천사섬 분재공원은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가장 높은 산, 송공산 자락에 12만2340㎡(약 3만7000평) 규모로 자리한다. 입구부터 공원 윗자락에 이르는 길에는 3000만 송이 달하는 애기동백꽃을 만날 수 있다.
전남 신안 애기동백
전남 신안 애기동백
애기동백과 동백은 같은 차나무과에 속하지만 꽃 모양도, 낙화하는 모습도 다르다. 애기동백꽃은 꽃잎이 얇고 활짝 열리며 피어나는 탓에 늦겨울이 아닌 초겨울부터 1월 말까지 볼 수 있다. 같은 겨울이라고 해도, 날씨 영향에 따라 만개한 애기동백, 소담한 눈을 머리에 인 애기동백까지 방문 시기마다 다른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보통 2월부터 꽃을 피우는 동백보다 개화 시기가 빠른 애기동백은 멀리서 보면 색이 진한 무궁화 같기도 하고, 해당화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통꽃으로 고개를 떨구는 무궁화, 동백과 달리 애기동백은 꽃잎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대지에 하얀 눈이 쌓일 적에는 붉은 순정일지, 눈물일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한 장면이다.

전남 신안 압해도의 애기동백
전남 신안 압해도의 애기동백
애기동백 개회시기에 맞춰 매년 1월 말 즈음에는 섬겨울꽃축제가 열린다. 축제라 하여 요란하고 소란스럽지 않아 애기동백과 참 잘 어울리는 축제다. 전망대 포토존에는 관람객들이 애기동백 엽서 쓰는 데 골몰해 있다.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그 앞의 커다란 우체통에 엽서를 부치면 무료로 발송까지 해준다. 바다정원을 서서히 물들이는 해를 바라보며, 다시금 여행의 묘미를 깨닫는다.
전남 신안 애기동백무인카페
전남 신안 애기동백무인카페

보라보라한 퍼플섬

신안은 섬마다 지닌 특징적인 자연환경이나 이야기를 ‘색’으로 부여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 ‘퍼플섬’은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 사진작가들의 꿈의 섬 등으로 세계 언론에 소개되고, 여러 국가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올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전남 신안 반월도 전경
전남 신안 반월도 전경
반월도와 박지도는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며 섬 재생사업이 시작되었다. 섬에 자생하는 보라색 도라지 군락지와 꿀풀 등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보라색을 콘셉트로 퍼플섬이 탄생한 계기다.
전남 신안 퍼플섬
전남 신안 퍼플섬
단순히 겉만 보라가 아니다. 마을 주민부터 관광객까지 보라색으로 서로가 소통하는 방법도 유쾌하다. 보라색 의복을 차려입었다면 소정의 입장료가 무료다. 기꺼이 보라색 섬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따뜻한 계절에는 보라색으로 티를 맞춰 입은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퍼플교에 한바탕 웃음꽃이 퍼지는 순간이다.
전남 신안 퍼플섬 야경
전남 신안 퍼플섬 야경
380m 길이의 부잔교인 ‘문브릿지’를 건넌다. 바닷물이 밀려들 때인지 찰랑찰랑 발끝에 기분 좋은 파동이 느껴진다. 문브릿지는 안좌면과 반월도를, 퍼플교는 반월도와 박지도 구간(915m), 박지도와 두리 구간(547m), 육지와 연결돼 안좌면과 박지도를 연결하는 세 갈래로 나뉜다.

퍼플섬에 방문했다면 두 다리를 지나 마을 안까지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다리만 보고 가면 퍼플섬의 제 매력을 반도 못 느끼고 가는 것. 반월도 둘레길은 4m 거리로 약 2시간, 박지도 둘레길은 2.1km 거리로 90여 분이 소요된다. 각 섬에서 자전거나 전동카트를 이용할 수도 있으니 여정에 참고하자.
전남 신안 퍼플섬
전남 신안 퍼플섬
반월도는 인동 장씨의 집성촌으로 600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 삶을 꾸렸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바라며 주민들이 가꾼 당숲에는 팽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이 바다와 마을 사이에서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당숲을 지나면 이윽고 어깨산(견산) 들머리가 보인다.

색이야 어떻든 말든 열심히 풀을 뜯던 풀밭 위의 흑염소, 나와 눈이 마주치자 왕왕 짖기 시작한 멍멍이, 우연히 만난 마을 안의 작은 동백숲,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산책 중인 동네 어르신, 비닐하우스에서 담소를 나누는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까지 가슴에 고이 접어 담았다.
전남 신안 반월도 마을 식당
전남 신안 반월도 마을 식당
이윽고 당도한 마을식당에서는 기대하던 보라색 밥을 맛봤다. 국화, 버섯, 치자, 말린 비트 외에 여러 약재를 우려내어 만드는 퍼플밥. 코끝에 전해지는 냄새는 찻잎을 우린 듯 은은하다. 혹시 쓰지 않을까 염려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밥 두 공기를 먹을 만큼 맛도 좋고, 색도 고우니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