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에도 이름 불리지 못하는 나발니…푸틴, 영향력 차단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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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당국, 생전 겉으론 의도적 무시 전략…뒤로는 암살 시도
나발니 묘소엔 추모객 장사진…장례식 당일 러 곳곳서 100여명 체포
친크렘린 선전가들 "서방이 암살", "나발니 부인은 불륜" 음모론 퍼뜨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묘소를 찾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크렘린궁이 그의 사후 영향력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입김이 닿는 주요 언론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친정부 선전가들은 각종 음모론을 쏟아내며 나발니의 이름에 흠집을 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지난 1일 장례식이 치러진 이후 나발니의 시신이 묻힌 모스크바 인근 보리솝스코예 공동묘지에는 이후 사흘간 수천 명이 체포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도 나발니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현지 인권단체 OVD-인포는 장례식 당일 전국 20개 도시에서 최소 1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선 진압복을 차려입은 경찰이 주변을 둘러싼 채 금속탐지기 등으로 드나드는 행인을 검색했고, 아예 추모공간이 파괴되거나 조화 등이 수거된 곳도 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러시아 국영 방송들은 지난달 16일 북극권 교도소에서 나발니가 갑작스레 '자연사'했다는 교정당국의 짧은 성명을 소개한 이래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보름이 지나도록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한 내용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나발니를 '그 사람', '블로거' 등으로 부르며 의도적으로 나발니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왔다.
그런 가운데 친크렘린 성향의 논객들은 '러시아의 민주화'라는 나발니의 유지를 잇겠다고 밝힌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에 대한 흑색선전에 골몰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한 토크쇼에서 나발나야가 서방권 안보행사인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때에 맞춰 나발니가 숨진 게 의심스럽다면서 "그녀는 마스카라조차 번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초 미국 극우방송인 터커 칼슨과 진행한 인터뷰를 덮으려고 서방이 나발니를 살해한 뒤 러시아 정부의 소행이라고 덮어씌웠다는 게 시모냔을 비롯한 친크렘린 선전가들의 주장이다.
텔레그램 등 비공식적 채널에서는 이러한 음모론이 더욱 확대 재생산돼 나발나야가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조작 사진과 근거 없는 불륜설 등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NYT는 "나발니가 살아있을 당시 크렘린궁은 그를 관심을 둘 가치가 없는 대수롭잖은 인물로 묘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그를 거세게 비난하고 공격해 실상은 그의 영향력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죽어서도 그런 상황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그레그 유딘 연구원은 나발니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크렘린궁의 전략을 일종의 '전략적 누락'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를 통해 나발니에게 합법적 영역 바깥에 있는 '극단주의자'나 '국가의 적'이란 이미지를 씌우려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를 의식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크렘린궁은 2020년 신경독으로 나발니를 암살하려 시도했고, 나발니가 2021년 러시아에 귀국한 뒤에는 각종 혐의를 씌워 그를 사회에서 격리해 왔다.
러시아 전문가인 킹스칼리지런던의 샘 그린 교수는 "크렘린은 TV에서 그를 언급해서 얻을 게 없지만, 그게 나발니란 불길이 덤불 아래에서 계속 타오르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그들은 이 불이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NYT는 장례식 당일인 지난 1일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에게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의 나발니에 대해 크렘린궁 차원의 평가가 가능한지 묻자 "그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가 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1%는 나발니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54%는 뭔가를 듣긴 했지만 모호하게만 들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나발니 묘소엔 추모객 장사진…장례식 당일 러 곳곳서 100여명 체포
친크렘린 선전가들 "서방이 암살", "나발니 부인은 불륜" 음모론 퍼뜨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묘소를 찾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크렘린궁이 그의 사후 영향력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입김이 닿는 주요 언론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친정부 선전가들은 각종 음모론을 쏟아내며 나발니의 이름에 흠집을 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지난 1일 장례식이 치러진 이후 나발니의 시신이 묻힌 모스크바 인근 보리솝스코예 공동묘지에는 이후 사흘간 수천 명이 체포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도 나발니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현지 인권단체 OVD-인포는 장례식 당일 전국 20개 도시에서 최소 1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선 진압복을 차려입은 경찰이 주변을 둘러싼 채 금속탐지기 등으로 드나드는 행인을 검색했고, 아예 추모공간이 파괴되거나 조화 등이 수거된 곳도 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러시아 국영 방송들은 지난달 16일 북극권 교도소에서 나발니가 갑작스레 '자연사'했다는 교정당국의 짧은 성명을 소개한 이래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보름이 지나도록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한 내용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나발니를 '그 사람', '블로거' 등으로 부르며 의도적으로 나발니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왔다.
그런 가운데 친크렘린 성향의 논객들은 '러시아의 민주화'라는 나발니의 유지를 잇겠다고 밝힌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에 대한 흑색선전에 골몰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한 토크쇼에서 나발나야가 서방권 안보행사인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때에 맞춰 나발니가 숨진 게 의심스럽다면서 "그녀는 마스카라조차 번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초 미국 극우방송인 터커 칼슨과 진행한 인터뷰를 덮으려고 서방이 나발니를 살해한 뒤 러시아 정부의 소행이라고 덮어씌웠다는 게 시모냔을 비롯한 친크렘린 선전가들의 주장이다.
텔레그램 등 비공식적 채널에서는 이러한 음모론이 더욱 확대 재생산돼 나발나야가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조작 사진과 근거 없는 불륜설 등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NYT는 "나발니가 살아있을 당시 크렘린궁은 그를 관심을 둘 가치가 없는 대수롭잖은 인물로 묘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그를 거세게 비난하고 공격해 실상은 그의 영향력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죽어서도 그런 상황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그레그 유딘 연구원은 나발니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크렘린궁의 전략을 일종의 '전략적 누락'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를 통해 나발니에게 합법적 영역 바깥에 있는 '극단주의자'나 '국가의 적'이란 이미지를 씌우려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를 의식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크렘린궁은 2020년 신경독으로 나발니를 암살하려 시도했고, 나발니가 2021년 러시아에 귀국한 뒤에는 각종 혐의를 씌워 그를 사회에서 격리해 왔다.
러시아 전문가인 킹스칼리지런던의 샘 그린 교수는 "크렘린은 TV에서 그를 언급해서 얻을 게 없지만, 그게 나발니란 불길이 덤불 아래에서 계속 타오르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그들은 이 불이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NYT는 장례식 당일인 지난 1일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에게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의 나발니에 대해 크렘린궁 차원의 평가가 가능한지 묻자 "그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가 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1%는 나발니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54%는 뭔가를 듣긴 했지만 모호하게만 들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