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의 작가 이배, 제60회 행사에 초청받아
청도 '대보름 달집태우기' 영상,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전시
'숯'의 작가 이배의 고향 경북 청도의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가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소개된다.

조현화랑은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태우기'(LA MAISON DE LA LUNE BRULEE)가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공식 연계 부대 전시로 열린다고 2일 밝혔다.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배의 '달집태우기' 전시는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30여개의 공식 병행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 전시를 위해 이배 작가는 지난달 24일(음력 1월 15일, 정원 대보름) 작가의 고향 경북 청도에서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소원을 모아 한지에 옮겨 적고 달집에 묶어 태우는 '달집태우기'를 진행했다.

이 과정을 담은 영상은 비디오 설치작 '버닝'(Burning)이 되어 베네치아 빌모트 파운데이션에서 전시 기간 상영된다.

청도 '대보름 달집태우기' 영상,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전시
달집태우기 영상은 7대의 빔 프로젝터를 사용해 빌모트 파운데이션 입구에서 주 전시공간으로 이어지는 복도 벽면에 투영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람객들은 이배의 작품세계와 한국의 전통 달집태우기를 소리와 영상으로 접하게 된다.

이배의 '달집태우기'는 정월 대보름의 밤하늘 아래 송액영복과 풍년을 빌던 전통 풍습과 현대 미술이 하나로 엮인 관객 참여형 전시로 사람과 자연의 화합, 만물의 연결됨을 보여준다.

이배 작가는 어린 시절 경험한 달집태우기 등 전통 의례의 영향으로 숯의 특성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수십 년간의 예술 실천을 통해 조각, 회화, 혼합 매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숯에 대한 탐구를 확장했고 숯은 그의 예술 실천의 본질이자 뿌리가 됐다.

영상 전시장을 지나면 이배의 대형 평면작 '불로부터'(Issu du Feu)가 우뚝 서 있다.

청도 '대보름 달집태우기' 영상,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전시
절단된 숯이 타일처럼 배열, 영롱한 심연의 빛을 띠는 이 작품을 지나면 바닥과 벽면에 굽이치는 '붓질'(Brushstroke) 설치작 3점을 마주한다.

'붓질'은 이탈리아 파브리아노(Fabriano)의 친환경 제지를 전통 '배첩'(marouflage) 기법으로 공간의 바닥과 벽에 도배하고 청도의 달집이 남긴 숯을 도료로 삼아 그린 작품이다.

청도 '대보름 달집태우기' 영상,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전시
이어 공간 안쪽에는 높이 4.6m에 달하는 '먹'(Inkstick)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번 이배 작가의 전시는 빌모트 파운데이션과 한솔 재단-뮤지엄 산(Museum SAN)이 공동 주관하고 조현화랑을 비롯해 경상북도 청도시, 로마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과 대사관, 파브리아노, 페로탕 갤러리, 에스더 쉬퍼 갤러리 등이 후원한다.

전시기획은 큐레이터 발렌티나 부찌가 맡았다.

그는 전시 주제와 관련 "극동 아시아의 문화에서는 서로 다른 것의 만남이 서양보다 도드라진다"며 "이는 경계를 융해하고 해체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특히 달과 관련된 행위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순환의 영원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도 '대보름 달집태우기' 영상,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전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