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2주기 맞아 '이어령의 강의'도 출간
이어령이 말하는 한국인의 뿌리…"낮은 코, 영하70도 견딘 흔적"
시대의 지성으로 꼽히는 문화 비평가 고(故) 이어령(1933~2023) 선생의 2주기(2월 26일)를 계기로 유고와 생전 강연이 책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다.

이어령은 신간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파람북)에서 한국인의 얼굴을 비롯해 신체적 특징이 형성된 과정에 관한 흥미로운 고찰을 시도한다.

인류를 3대 인종으로 구분할 때 일반적으로 코카소이드에 해당하는 서구인에 비하면 신(新)몽골로이드 계열인 한국인의 코는 낮은 편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어령은 한국인의 옛 조상들은 바이칼호에서 영하 70도의 추위를 견디며 지낸 것이 얼굴 모습과 관련이 있다고 풀이한다.

혹독한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코는 더 낮아지고 눈두덩은 두꺼워졌다는 것이다.

이어령이 말하는 한국인의 뿌리…"낮은 코, 영하70도 견딘 흔적"
쌍꺼풀이 없이 두툼한 눈, 튀어나온 광대뼈, 납작한 코는 어떤 인간도 견뎌보지 못한 추위를 견디며 대장정을 완수해 한반도에 도달한 옛 선조들이 남긴 흔적이라고 이어령은 해석했다.

서구적 미를 추구하는 세태를 살짝 꼬집기도 한다.

"요즘 젊은 분들 중에 신몽골로이드로 태어난 것을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요.

어찌 보면 왜 그리 험난한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온 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유럽 쪽으로 가서 캅카스 쪽으로 갔더라면 얼굴 성형수술을 하지 않아도 오뚝한 코와 멋진 쌍꺼풀의 눈을 가졌을 텐데 말이죠."
이어령은 한국인의 얼굴이 "그 어떤 짐승도 못 하고, 그 어떤 인간도 해내지 못한 영하 70도의 추위"를 이겨낸 증거라며 "자랑스러운 훈장이고 서사"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어령이 말하는 한국인의 뿌리…"낮은 코, 영하70도 견딘 흔적"
책은 이 밖에도 한국인의 여러 신체적 특징을 소개한다.

한국 사람의 치아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는 어릴 때부터 유동식 등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는 서양 사람들과 달리 딱딱한 음식을 자주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귀에서 머리까지의 길이, 즉 두상이 가장 크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가 다를 것이라고 유추하기도 한다.

이어령이 대학 신입생이나 졸업생을 만나, 혹은 각종 학술 대회나 포럼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묶은 '이어령의 강의'(열림원)도 출간됐다.

이어령이 말하는 한국인의 뿌리…"낮은 코, 영하70도 견딘 흔적"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1년 8월 비대면(온라인)으로 열린 서울대 학위 수여식에서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이분법을 뛰어넘을 깨달음을 줬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누군가 여러분에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유를 물으면 '나와 남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변할 것입니다.

(중략) 경쟁 사회에서는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은 남에게는 실이 되고 남에게 득이 되는 것은 나에게는 해가 되는 대립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는 마스크의 본질과 기능이 그 어느 한쪽이 아닌 양면을 모두 통합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
이어령이 말하는 한국인의 뿌리…"낮은 코, 영하70도 견딘 흔적"
▲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역음. 220쪽.
▲ 이어령의 강의 = 이어령 지음. 37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