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중 일부가 방사선에 피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용 방사선이나 음주·흡연 등의 영향일 수 있지만, 핵실험에 의한 피폭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통일부가 내놓은 한국원자력의학원의 ‘2023년 남북하나재단 검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 출신 탈북민 80명 중 17명이 방사선에 피폭됐다.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인 0.25Gy(그레이) 이상의 선량값이 보고된 것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1차 핵실험을 했다. 이번 검진에 참여한 탈북민 80명은 모두 핵실험 이후 탈북했다.

이상이 발견된 17명 중 2명은 2016년 같은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 미만의 결과를 보여 국내 입국 이후 염색체 이상을 일으키는 요소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염색체 변형이 나타난 17명 중 15명에게서 과거 방사선 노출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것이다. 다만 15명 중 5명의 결과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는 게 의학원 측 설명이다.

결국 검진 대상자 중 10~15명가량의 탈북민이 북한 핵실험 이후 방사선에 피폭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의학원은 “핵실험과 염색체 이상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북한에서의 식수원을 분석했지만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향후 이 지역 출신 탈북민들을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