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복지 혜택의 일부인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비용 분담을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 산하 도시철도의 무임 수송비용은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데 비해 정부가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무임 수송비용은 정부가 연 2000억원씩 보전해 주고 있어서다.

심지어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같은 철도를 타고도 하차 역에 따라 무임 수송비용 적자 보전 여부가 달라진다. 지자체는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만큼 정부가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도시철도는 지자체 사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공짜 지하철' 손실, 구간따라 국고보전 '고무줄 지원'

○하차 역 따라 보전 여부 달라져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운송기관인 서울교통공사가 2022년 무임수송으로 인해 떠안은 손실금은 3152억원이다. 2020년 2643억원에서 5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부산교통공사도 같은 해 1234억원의 손실금을 기록했다. 대구 인천 광주 대전을 포함한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무임손실 적자(2022년 기준)는 5367억원이다.

수도권 광역철도 중 지상은 정부 산하 코레일이, 지하 구간은 지자체 산하 운송기관인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한다. 서울교통공사는 1호선 지하 구간인 서울역~청량리역을 관리한다. 지상 구간인 회기역~소요산역, 구로역~인천역(경인선), 남영역~천안역~신창역(경부선) 구간은 코레일 소관이다. 3호선은 대화~삼송, 4호선은 선바위~오이도역까지가 코레일 구간이다.

하차 역을 기준으로 관할이 바뀐다. 예컨대 같은 곳에서 탄 사람이라도 서울역에 내리면 서울교통공사 승객, 용산역에 내리면 코레일 승객으로 집계된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그동안 같은 철도망인데 코레일 구간에만 정부가 국고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에 따라 정부의 공익서비스의무(PSO) 예산을 지원받는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679억원, 1943억원을 받았다. 보전율은 국고보조금 비율에 따라 매년 달라지는데 올해는 약 70%다. 도시철도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어 지자체 산하 운송기관은 무임수송 관련 적자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

○기재부 “지자체가 알아서”

도시철도에 대한 국비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022년 도시철도 무임수송 적자에 대한 국비보조금 3585억원을 반영한 예산안을 의결했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시행령을 개정해 할인 폭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도 “무임수송제도는 지자체가 시행 여부를 재량껏 정할 수 있는 ‘지자체 사무’”라고 답했다.

지자체는 ‘노인 요금 전액 면제’를 정한 관련법이라도 완화해달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지자체 조례로 정한다고만 해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며 “상위법(노인복지법 제26조 시행령)에 전액 면제를 정해 놓으니 적자 규모가 커져도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연령별, 이용구간별로 30% 할인이나 50% 할인 등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무임수송제도는 1984년 대통령 지시로 도입됐다.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이 혜택을 받고 있다. 무임수송 인구 중 서울은 84.5%(19만6646명), 부산은 85.9%가 노인이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4%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8.4%다. 65세 인구 비중은 2025년 20.6%를 기록한 뒤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높이자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대여명이 15년 남은 시기’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