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연고 ‘마데카솔’과 잇몸약 ‘인사돌’로 유명한 동국제약이 종합 뷰티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테카(TECA)·시카(CICA)’ 성분 화장품 대중화를 이끈 데 이어 최근엔 미용기기까지 내놓고 뷰티업계의 대세인 더마코스메틱(약국 화장품)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약보다 뷰티' 동국제약, 미용기기 공략 가속

100만원대 미용기기 출시

27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프리미엄 탄력 관리 디바이스인 ‘마데카 프라임 인피니티’를 다음달 출시한다. 마데카 프라임은 동국제약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인 ‘센텔리안24’가 지난해 1월 론칭한 뷰티 디바이스다. 기기 하나로 미백(브라이트닝), 흡수, 탄력 등 다양한 스킨케어 효과를 제공한다. 출시 1년 만에 20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하며 미용기기 시장에서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등과 경쟁하고 있다. 마데카 프라임 인피니티는 미세집중초음파 기술을 적용해 강력한 탄력 관리를 제공한다. 30만원대인 기존 제품과 달리 100만원대의 고가 라인이다.

동국제약이 뷰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는 2015년이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인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과 협업해 첫 화장품인 ‘마데카 크림’을 출시했다. 마데카솔에 사용되는 병풀잎 성분(센텔라아시아티카 추출물)인 테카가 피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고 진정, 보습 등 효과를 낸다는 점에 착안했다.

화장품 유통망을 갖추지 못했던 동국제약은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홈쇼핑 판매는 뜻밖의 ‘대박’을 쳤다. 작년 말까지 홈쇼핑에서 역대 최다인 180여 회 매진 기록을 세웠다. 누적 판매량은 5200만 개에 달한다.

테카와 비슷한 시카 성분의 화장품은 주요 글로벌 브랜드도 수십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동국제약 제품은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1970년 마데카솔 첫 출시 이후 테카 원료 합성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며 “그러다 보니 다른 글로벌 브랜드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동국제약은 센텔리안24를 통해 ‘엑스퍼트 마데카’, 헤어·바디케어 전문 ‘그리너스’, ‘마데카 옴므’ 등을 연달아 내놓았다.

뷰티 시작 후 매출 세 배 늘어

뷰티사업을 시작한 뒤 동국제약의 ‘체질’은 확 달라졌다. 연간 매출은 마데카 크림을 내놓기 이전인 2014년 226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6년 3097억원으로 3000억원을 처음 넘어선 데 이어 2022년에는 6616억원까지 늘었다. 증권업계는 동국제약의 지난해 매출이 70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뷰티가 속한 헬스케어 사업부가 동국제약 성장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 사업부는 최근 5년(2017~2022년) 매출이 연평균 19.6% 증가했다. 일반의약품(7.4%), 전문의약품(15.8%) 등 다른 사업부보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작년 11월 기준 전체 매출에서 센텔리안24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6%까지 상승했다.

동국제약의 성공에 다른 제약사들도 앞다퉈 더마코스메틱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아제약은 2019년 여드름 흉터치료제 ‘노스카나겔’ 성분인 헤파린을 함유한 화장품을 선보였다. 동화약품은 상처연고 ‘후시딘’ 주성분인 후시덤을 활용한 ‘후시드 크림’을 2021년 내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