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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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국가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이 결국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환경부는 27일 서울고등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6일 세퓨(제품 제조업체)의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 및 유족 5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주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등에 대한 유해성 심사·공표 과정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한 바 있다.

정부로부터 위자료 성격의 금원(구제급여조정금)을 지급받지 않은 원고 3인에 대해 각각 300~5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내용이다.

원고들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한 후 폐질환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제조업체와 국가를 상대로 2014년 8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환경부 등이 충분한 유해성 심사를 거치지 않고 관련 물질에 대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하고 이를 수정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 행사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문가 자문과 관계부처 논의 등을 거쳐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대법원판결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상고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가습기살균제 손해배상소송은 총 10건이 진행 중이다. 그간 이 사건 1심 판결을 포함해 총 5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다만 담당 공무원들의 재량권 행사와 관련된 위법성이 인정된 바는 없었는데,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처음으로 다른 결론이 나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유해성 심사·공표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명시적인 법령 위반은 없었지만 재량권 행사와 관련해 부작위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쟁점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다수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대법원 최종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원고들도 지난 20일 이미 상고를 제기해 정부의 상고 제기 여부와 무관하게 대법원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그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구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는 총 6차례 피해구제위원회(제33차~제38차)를 개최했고, 연도별 기준으로 역대 최다 규모인 총 3833명에 대한 심사를 완료한 바 있다. 이는 전년도 대비 3배가 넘는 심사 실적이다. 그 결과 불가피한 사정으로 심의가 보류 중인 일부 대기자(920명)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청자에 대한 판정을 완료한 바 있다.

황계영 환경부 환경보건국장은 “소송 진행 상황과는 별개로 특별법상 조사·판정 및 구제급여 지급 등 정부에게 주어진 임무를 차질 없이 이행하고, 추후 대법원에서 관련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